아내는 세탁기 곰팡이 때문에 세탁을 하나마나라며 종종 투덜거리곤 했다. 그러면 나는 세탁기 분해 청소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봤다. 언제 날 잡아서직접분해청소를 한 번 해야지생각하면서.그러기를 8년. 마침내 며칠 전 세탁기 분해 청소 서비스 기사님을 불렀다.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하면 되는데 왜사람을쓰나 입이 대빨 나왔더랬다.
하지만 내가 보던 유튜브에서의 세탁기 해체와 현실은 많이 달랐다. 그냥 집에 있는 드라이버와 스패너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기사님이 세탁조를 들어낼 때는어마어마하게 큰장비를 사용했는데 나는 그걸 보고 하마터면 턱이 내려앉을 뻔했다. 내가 이걸 한다고?저런 걸 어떻게? 정말아찔했다. 나는세탁기를 망가뜨렸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에 이사 왔을 때가 생각났다. 전원 플러그가 벽속으로 먹어 들어가서 플러그가 꽂아지지 않는 게 있었다. 그래서 직접 고치려고 뜯었다가 합선이 일어났다. 들고 있던 펜치는 강제로 전기 납땜을 당했고, 나는 강제로 제세동기 체험을 당했다. 아직도 장판엔 그때 튄 스파크 자국이 무시무시하게 남아있다. 두꺼비집이 아니었으면 난 죽었을지도 모른다.
세탁기 기사님이 세탁조를 뽑아 내게 보여줬다. 시커먼 곰팡이들이 인상파 화가의 붓질처럼 바닥에 켜켜이 붙어 있었다. 진저리를 치는 내게 기사님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엄청나죠?"
아니 기사님, 그게 자랑할 일은 아니잖아요.
최근에는 노트북이 너무 오래돼서 작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노트북은 공식적으로는 업그레이도 할 수 없는 기종이었다. 하지만 찾아보니 방법이 있었다. 하드를 SSD로 업글 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헛짓거리를 시작했다. 일단 업그레이드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수십 번을 봤다. 너무 쉽다. 분해하고 하드 갈아 끼우고 닫으면 끝.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일단 SSD를 샀다. 아 그런데 내 노트북에 들어가는 SSD가 아니다. 하드를 복사하기 위한 마이그레이션 장치를 샀다. 아 그런데 설치할 SSD와 다른 SSD용 장치다. 모조리 다 새로 샀다.
어찌어찌 준비가 완료됐다. 외우도록 봤던 유튜브를 따라 노트북을 분해만 하면 된다. 맙소사 그런데 안된다. 동영상에서는 너무나 쉽게 노트북을 여는데, 나는 손을 대는 족족 액정만 깨뜨리고 있었다. 한 시간을 낑낑거린 끝에 결국 나는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노트북 액정은 죄다 깨지고, 터치 스크린은 작동이 안 됐다. 결국 업글이 아니라노트북을 쓸 수없게 망가뜨리고 말았다.
내가 청소를 한답시고 어찌어찌 세탁조를 들어냈다 해도 켜켜이 눌어붙은 8년짜리 저곰팡이는 벗겨낼 수 없었을 것 같았다. 저런 곰팡이를 나는 잘 안다. 뭘로 해도 잘 씻겨지지 않는다. 수세미로 닦으면 수세미에 묻어버려서 금세 수세미가 제 기능을 못한다. 아무리 많은 수세미를 동원한데도 저런 곰팡이는 좀처럼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사님은저걸 어떻게 씻어낼까? 엄청 센 약품을 쓰나? 혼자고민을 하는데기사님은 고압 분사기로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빠르고시원하게 곰팡이가 사라졌다.
이런 세탁기 청소를 내가 하려고 했다니 정말 개고생만 하고 세탁기 새로 장만할 뻔했다.
잘 모르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정말이다.
언제나 멀리서 보면 쉬워 보인다. 그래서 이래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쉽게 말한다. 그래서 모르면 용감해질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다. 그러니 잘 모르면 겸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