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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Jun 11. 2023

여자는 모르는 남자의 삼대 음식!

그래도 갈리치기에 놀아나지 말자.

저녁 먹으러 나가면서 딸이 부탁한 프레첼을 사러 갔다.

작업실이 있는 이 동네는 요즘 용리단길로 불리는 핫한 곳이다.  

언제나 사람이 으마으마하게 많다.   


프레첼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다.

가게에 가득한 손님 중에 남자는 나를 포함해 단 세 명.

둘 다 여자친구에게 끌려 온 어색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이런 곳에 여자친구도 없이 온 아저씨가 희한해?

"이봐, 나도 딸이 시켜서 온 거야. 원래 이런 데 내 취향이 아니라고..

프리첼이란 빵이 있다는 것도 오십돼서 알았어."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면서 나는 주문부터 했다.  

"사장님 여기 제육 하나요."

식당에는 나보다 먼저 온 남자 경찰 셋이 있었다.

흘끔 보니 다 제육을 시켜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만일 용리단길이 남자들에게만 핫한 플레이스였다면 어땠을까?

이 거리에는 단언컨대 세 가지 메뉴밖에 없었을 거다.

제육볶음.

순댓국.

돈가스.


아니, 세상에 남자들 밖에 없었다면,

이태리 음식이나 샐러드 따위 애초에 탄생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세상에 남자들 밖에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멧돼지 잡으려고 돌도끼 들고 뛰어다닐지도 모른다.

물론  상황에서도 나는 공상이나 하면서 동굴 바닥을 뒹굴겠지.


내 얘기는 여기까지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가지고 어떤 사람들은   

이봐, 이게 남자가 안 되는 증거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이봐. 이게 여자가 안 되는 이유야 할지도 모른다.

지식이라는 것은 점점 더 많은 분별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아주 작은 차이들을 보다 많이 이해하는 것이지,  

차이를 무시하거나 혹은 그것을 배척하고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이야기만으로도 남자여자를 가르고 낄낄대면서 그걸 마치 지적인 행위인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여전히 남자는, 여자는. 하면서 나누려고만 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진지하게.

"너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장난 아니다. 나 진지하다.


집에 와서 딸과 티브이를 보며 프레첼을 먹었다.

내가 출연자들이 떡볶이를 먹는 걸 보고 말했다.

"와 저거 봐. 아니, 여자들은 왜 저렇게 떡볶이를 좋아해?"

그러자 딸이 한심하다는 듯 되물었다.

"아빠는 왜 그렇게 술을 좋아해?"

우문현답. 

역시 난 지적으로 모자라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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