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차이

삶의 만족을 결정하는 많은 것들

by 반짝이는파도

해외에 살면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건 바로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 살면서는 늘 나와 결이 맞는 비슷한 친구들, 같은 직장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해외에 살면서는 오히려 결이 비슷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보니 다양한 관점들을 접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못하고 종일 집에 있어서 매일이 우울증과의 사투였던 나와 해외살이 좋은 점은 출근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


남편 직장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전업주부로 사는 게 답답했던 나와 생활반경이 거의 집을 벗어나지 않는데도 해외에 언제 살아보겠냐며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분들.


한국에선 손가락 까딱하면 새벽배송으로 집 앞에 배달해 주던 식료품들을 사기 위해 하루에도 마트 몇 군데를 돌며 시간을 보내는 게 싫었던 나와 색다른 마트들 다니며 구경하는 게 정말 재밌다는 분들.


한국에서의 인간관계를 그리워하는 나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통이 없어 좋다는 분들.


남편이 돈을 적게 벌더라도 일찍 퇴근해서 함께 육아하고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나와 안 들어와도 좋으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왔으면 좋겠다는 분들.


홈리스분들만 보면 안 좋은 일화들이 떠올라 도망부터 가는 나와 그분들이 안 됐다며 아침부터 샌드위치를 싸서 나눠주고 왔다던 커피 자격증 반에서 만난 분.


나라 간 상대적인 문화차이에서 비롯되는 것들도 많다.


이제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둘째 낳기에는 늦었다는 나의 말에 신기해하던, 첫째와 막내의 나이차이가 20살 가까이 난다는 나의 흑인 친구 어머니.


과자 하나에도 김영란법이니 뭐니 하며 논란이 되는 한국과 선생님 감사주간 일주일 내내 선생님께 드릴 수 있는 선물 리스트들을 받고 무얼 드릴까 고민하며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이 미덕인 미국.


모든 것이 무료인 한국 공교육과 모든 것이 유료인데도 때마다 부모가 학교에 내는 기부금에 따라 모든 아이들 앞에서 다른 선물을 주고 반 학부모들이 얼마를 냈는지가 메일로 리스트업 되어 날아오는 게 자연스러운 미국.


온갖 혜택에도 출산율이 늘지 않는 한국과 어린이집부터 한 명 당 2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고, 모든 도시락과 간식도 따로 보내야하고, 기저귀 가는 비용도 따로 내며 한국 어린이집의 교육과 서비스의 질은 상상하기 어려운 데도 셋 넷씩 낳는게 흔한 미국. 부자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가족의 울타리가 중요하고 저녁시간과 주말이 모두 가족 위주로 돌아간다.


40kg 50kg 60kg대를 확연히 다르게 인식하고 마름이 미덕이 되는 한국과 40kg와 70kg 정도는 돼야 다르게 인식하고 건강함이 미덕이 되는 미국.


아끼고 저축해서 상급지에 사는 것이 늘 사람들의 관심거리인 한국과 저축에 큰 관심이 없어서 월급도 주급으로 받는다는 미국.


마약류에 접근하면 사회적 낙인이 되는 한국과 공원과 길거리에서 하루 종일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공공장소에서 피우는 미국.


업무에서 작은 불편함도 표현하고 시정하는 것이 보편화된 한국과 별다른 이유 없이 1차선 도로에서 길을 막아놓고 몇 시간 공사를 해도(우리 가족은 비행기를 놓쳤다) 아무도 관심이 없고 옆 냇가에 낚시하러 가는 미국.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면 이상한 한국과 처음보는 사람과 눈 마주치면 항상 눈인사를 하고 지나가다 갑자기 오늘 날씨 좋죠? 불쑥 말을 거는 미국.


늘 미국 안전을 걱정하는 한국 가족들과 미국에 와서 누려본 적 없는 치안에 감사한다는 영어수업에서 만난 브라질 아저씨(아저씨는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아이들을 학교에 혼자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열심히 일하고 많이 벌어서 자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재산을 남겨주는 게 미덕인 한국과 Family time을 가장 중요시하는 미국.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호불호와 판단이 명확한 한국과 존중과 무관심의 그 중간 어디인지 모를, 아니면 너무나 다른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기 위한 방편인지 모를(뉴욕 지하철 한 번만 타도 평생 못 본 유형의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많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미국.


소비자 중심의 상업시설이 많은 한국과 식당에 ’우리는 그 어떤 service도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써붙여져 있는 미국.


휴일엔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는 한국과 평생 자기 주(state)를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 많은 미국.


그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점들을 접하고 나면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의 행복은 관점에 따라 좌우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기가 속한 사회의 관점을 그저 따라가며 사는 것이 순리인 걸까, 아니면 자기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걸까.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늘 평균 이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도 평균 이상, 키도 평균 이상, 재산도 평균 이상, 학교도 평균 이상, 나이대별 과업도 명확하게. 아이 초음파를 보러 갔을 때 아이 머리가 너무 큰 건 아닐까요 묻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모든 면에서 평균이길 바라세요?”라고 역으로 질문을 하셨다. 아이 키가 반에서 작다고 느껴져 평균 이상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성장 호르몬 주사도 알아보았고, 주변에서도 그러한 대화 주제가 흔했다. 그런데 더 큰 애들이 많은 미국에서 나는 아이 키를 2년간 재 본 적이 없다. ’평균‘이란 것을 따지기에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있다 해도 이방인으로서의 나는 아마 그 정보를 접하지 못할 것 같다.


사람의 모든 면이 양날의 검이듯, 이러한 차이들도 한쪽이 좋기만 한 것도 없다. 어떤 곳이 살기 좋은 곳인지를 떠나서, 내 가족들, 내 친구들, 내 직장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그래서 때론 골머리를 앓기도 하지만, 따뜻함이 공존하는 내 나라가 나는 항상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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