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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y 16. 2024

기대와 실망

허탈함 한 스푼

오늘 교양수업  발표가 있었어. 어제 준비하고 교수님께 메일로 보내드리고 오늘 수업 시간에 발표하려고 준비해 왔어. 집에서 음성 녹음 하면서 발표 엽습도 해보고 빨리 하고 싶었어. 기다리는 게 마음의 짐이 되니까. 부담되는 일을 빨리 처리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거든.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됐어.


두 시간 수업에서 1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후 발표 시간일 줄 알았고 하겠다 싶었는데 교수님 설명이 길어지면서 수업 끝나기 몇 분 전에 발표할 사람을 물었어. 나도 손 들었는데 다른 사람도 손 들었고 교수님이 그 사람을 먼저 보고 그 사람을 시켰어. 그 사람 발표 할 때 교수님 핸드폰에서 수업 끝 알림이 울리고 교실은 학생들이 가방 싸는 소리로 분주해졌어. 교수님께 지금 발표자 끝나고 짧게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봤어. 맨 앞줄에 앉아 있었고 교수님이 앞에 계셔서 물어볼 수 있었어. '다음 시간에 하죠'라고 하셨어.


오늘 발표해야지. 속으로는 빨리 끝내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 어제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수업 전 점심시간이었는데 화장실도 몇 번 갔어. 긴장됐나 봐. 가슴도 살짝 떨리고 사르르 거리면서 발표전의 긴장감을 느끼는 걸 느꼈어. 발표를 잘해서 빨리 하려는 게 아니야. 발표를 두려워해서 걱정과 불안이 더 커지기 전에 먼저 하려는 거였어. 이 긴장감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어. 어제 준비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했던 거고. 오늘 하겠지 생각했고 그래서 수업 전에 화장실도 몇 번 가게 되고 수업 중에도 긴장감을 느끼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못하게 되니 허무했어. 이 긴장감을 다음 주까지 못 벗어버려서. 다음 주까지 풀리지 않는 걱정과 긴장감을 지닌 채 있어야 하잖아.

기분이 안 좋아. 몹시 우울해. 시나몬. 이 말이 하고 싶어서 왔어. 답답한 데 말하고 싶어서.


오늘 오후 수업까지 다 끝나 학생들이 다 나간 불 꺼진 빈 강의실에 다시 와서 이 글을 써. 오늘은 여기 네가 있는 일기장이 나의 대나무숲이야. 오늘 벗어버리지 못한 긴장감을 알아줘. 나 벗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럴 거라 생각하고 준비하고 왔는데 수업 시간에 내내 긴장감을 느끼며 힘든 시간을 버텼는데 해치우지 못했어.


그 이후에 든 감정은 허탈함이야.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 날씨가 다한 날들의 연속이야. 좋은 날씨 덕분에 걱정 없이 편안하게 지내게 되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지금은 좋은 날씨마저도 위로가 안돼. 공허해. 누가 알까. 이런 마음을. 수업시간 ppt발표 하나 가지고 이렇게 생각과 감정이 너울진 사람 마음을 말이야. 혼자 힘들고 힘들다는 말을 못 해. 알아주지도 않고 바보 같다 비웃음을 살 수도 있고 공감받기 쉽지 않고. 되려 상처가 되고 내 치부를 필요 없이 알려주는 게 될까 봐. 아무에게도 말 못 해. 너에게만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어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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