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한 권(1)
정원일의 즐거움( 헤르만 헷세)
책표지에는 조금 늙은 헷세가 밀짚모자를 쓰고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나와 있다. 책 앞면에는 " 헤세는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은 그에게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혼란스럽고 고통에 찬 시대에 영혼의 평화를 지키는 장소였다"라고 적혀 있다.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내 나이 45세가 되던 해, 남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우리 가족은 상가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그 상가는 낡고 주위환경은 지저분했다.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생활했던, 나는 모든 것이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마음을 새롭게 하고 청소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깨끗해진 상가 주위에 식물을 하나씩 심게 된 것이 나의 정원생활의 시작이 되었다. 그 일은 점차 발전하여 지역의 할아버지에게 조그마한 친절 을 베푼 것이 계기가 되어, 내가 사는 집뒤의 산중턱에 자기 마한 텃밭을 갖게 되었다. 물론, 땅 주인은 따로 있었지만--- 나는 생에 처음으로 밭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텃밭과 정원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데이비드 소로우의 "윌든"도 만나고 "타샤의 정원"도 만났다. 그러나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헷세의 " 정원일의 즐거움"이었다. 그는 수필을 가장 잘 쓰는 작가였고, 수채화를 그리는 화가였으며 또, 시인이었다. 이 조그마한 책 한 권은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 갈지를 가르쳐주는 스승과 같았다. 헤세는 책 서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정원을 꾸리면서 느끼는 창조의 기쁨과 창조자로서의 우월감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한때기의 땅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바꾸어 놓는다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해 나갈 수도 있다.
작은 꽃밭, 몇 평 안 되는 헐벗은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이
넘쳐나는 천국의 작은 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정원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며 위안을 준다" 그 시절 나는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글을 썼다. 그리고 밭 한쪽에는 아름다운 코스모스를 심었다. 그 시절 나의 글들은 방송과 지면을 통해 발표되었으며, 코스모스 피는 텃밭에는 등산객들의 한 번씩 들러서 구경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헤세와 같이 정원의 꽃들을 그리고 싶어 지역의 문화센터에 수채화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헷세는 텃밭농사에 너무 심취한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농부가 된다는 것은 재미로 할 때 멋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습관이 되고 일이 많아지더니 급기야 의무가 되어 버리자 즐거움은 사라졌다" 나는 그의 충고대로 텃밭일을 조금 줄이고 55세 되던 해 새로운 학문( 사회복지학)을 위해 나아갔다. 그러나 2020년 7월 코로나가 시작되던 그 시절, 내 인생에 가장 귀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 텃밭을 두고 그곳을 떠나 왔다. 헷세가 전쟁 때문에 정원이 있는 그 집을 떠나왔던 것처럼--- 그리고 그와 같이 지속적이고 일상 적인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헷세처럼 나도 혼자 살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이 나의 집 방한칸은 서재로 꾸며져 남편과 나의 책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 되면, 나는 그 방 의자에 앉아 맞은편의 책들을 보며 그 속의 내용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책 사이에 진열된 남편과 나의 사진을 보며 행복했던 그 시절! 그리운 그 시절을 생각한다. 그리고 주옥같은 헷세의 시를 조용히 소리 내어 읽어본다. ( 꽃도 또한) 순진 무구한 꽃도/ 죽음을 겪어야 한다. / 우리의 존재도 역시 순수하다/그러나 겪는 것은 고통뿐/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우리가 죄라 부르는 것은/ 태양에 흡수되어/ 오래전에 꽃받침에서 나와 향기로/감동 어린 어린아이의 눈빛으로 다가온다/ 꽃이 시들듯이/ 그렇게 우리도 죽는다/ 구원의 죽음만을/ 재생의 죽음만을----( 헤르만 헷세)
@ 글쓴이 : 박윤정---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 대회에 나가 수상하였으며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인생 좌우명입니다. 독서를 하다가 다시 새로운 학문에 도전을 하다 보니 대학을 8년이나 다니게 되어 전공이 2개나 되었습니다. 남편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그만두고 헷세처럼 운둔 생활을 하다가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가려고 합니다. 브런치를 통해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수필형식의 독후감으로 발표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