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택을 했지만, 결국 더 나은 결과를
안녕하세요.
그냥, 28살 김우영입니다.
첫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그냥'이라는 단어를 달아봤어요.
블로그에만 써 내려갔던 제 이야기를 하려니
어색하기도 쑥스럽기도 하네요.
처음에는 생각정리를 하려 써 내려간 글이었는데
이 글이 차곡차곡 모이고,
경험들이 하나둘씩 쌓이며 치열하게 살다 보니
남겨놓았던 그때의 감정들과 일들이
재산이 되었어요.
저는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업계에 도전한 지 2년이 되었고요.
제가 여러분께 전해드릴 이야기는
대학교 졸업 후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그리고 그 일들에서 처음 마주쳤던 막연한 불안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특별히 노력하거나 업적을 이룬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부분에서 '나와 같구나' 하는 공감을 드리고 싶네요.
단순히 직업적인 이야기가 아닌,
졸업 후 사회로 던져진 20대 우리들의 성장기를
독자님들의 상황과 대입해 보며 공감과 위로를 얻고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내 삶의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한 10대 학생들에게도 제 글의 한 부분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딱히 삶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에 따른 결정도 다 자기가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심을 더해 쓰겠습니다. 저도 같이 글을 쓰면서 위로를 얻어 갈게요.
하고싶은것은 명확했지만 실행은 할 수 없었던
맨 처음 학창 시절의 제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저는 외식조리를 전공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15살 때부터 저는
요리 말고 다른 길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조리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다는 아주 확고한 의견을 부모님과 그 당시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14살 중학생 때부터 제 앞으로의 진로를 정했던 셈이죠?
그렇지만 벌써부터 요리를 배울 필요가 없이 대학교에 들어가서 시작해도 충분하다는 어른들의 만류에 일반고로 전학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요리!'.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요리를 하고 싶다고 했으니 맛을 내는 것에 관심, 요리의 레시피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저는 학교 다니는 시간 동안 딱히 주방에 서질 않았다는 거예요.
그냥 집에 있던 레시피책, 학교도서관에 있는 베이킹&디저트 책만 들여다봤었죠.
음식에 대한 이미지를 보는 게 좋았고
레시피 과정에 대한 이미지를 보는 게 좋았어요.
감각 있는 킨포크나 인테리어 잡지를 볼 때도
행복했었고요.
그렇지만 다들 알고 계시는 것처럼 일반고에서는
무조건적으로 대학진학을 준비하잖아요.
난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데
공부를 하라니.
정말로 흥미도 생기지 않고
하루하루를 그냥 낭비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기에 공부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면
그냥 공부하기 싫은 아이로 취급되었던
일반고의 분위기도 있었죠.
제가 다니던 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조리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너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냐?" 하는 말씀.
지금은 이해하는데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는지
아직까지 그 상황이 기억에 남네요.
그러다 보니 성적은 그저 그런대로 중위권을 유지했는데 딱히 나아질 것이 없었어요.
그렇게 고3시기까지 이 생활을 유지하게 됩니다.
수능준비를 해야 될 시기에
'호주로 조리대학 유학을 가겠다'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면서요.
그러다 보니 혼란스러웠던 건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한데
왜 잘 풀리지 않는걸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꿈이 분명하면 그에 따른 계획이 척척척,
목표가 척척척일 줄 알았거든요.
오히려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요리는 공부가 필요 없어라는 생각 때문에,
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아요.
한국의 입시제도 때문이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중에 대학교를 와서 보니 나와 똑같은 환경에서 공부했던, 일반고에서 합격한 동기들을 보니 제가 노력이 부족했던 거였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일반고에 다녔지만 혼자 자격증공부도 하고, 대회도 나가보고, 그러면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해 조리과를 온 거였어요. 대단하더라고요.
지금은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었겠지만,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요가 아닌 사회구조에 따른 공부의 필요성을 이해시켜 주고,
이에 따른 성실함과 책임감을 길러주었을 때,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겪는 힘든 시기를 조금 더 잘 이겨낼 수 있고, 나아가 본인들의 미래를 좀 더 잘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수능으로 대학을 진학하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반년남은시기,
일단 수능을 보고, 대학교에 원서를 넣어보고
유학박람회를 같이 가보자는 엄마의 말에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운이좋게도 집에서 다닐 수 있는 학교에 예비 번호로 합격할 수 있었죠.
나중에 알고보니 유명한 학교였어요.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왜그렇게 싫었는지
유학박람회를 같이 가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또 계획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대학교를 진학하니 특성화고에서
이미 기본조리를 마스터하고
칼질도 샥샥샥, 대회플레이팅도 수준급이고
이건 뭐. 기가 팍 죽더라고요.
내가 다니는 지역에서 1등 하다가 날고 기는 친구들이 모인 대학교를 가도 현실의 벽을 느낄 텐데,
기본지식이 0인상태에서
수상경력이 화려한 친구들을 보니까
제일 먼저 현실적으로 실력 차이를 느꼈어요.
자신감도 바닥을 치고 그렇게 오고 싶었던
조리과인데 나약한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걸까?
뭔가 노력도 안 해보고 말이죠.
그리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요리대회 수상경력도 없고
이제 기본을 시작했으니 무지한 상태.
무지하기 때문에, 뭘 모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 모르면 질문을 하라는데
오히려 아는 게 없어서 목표설정조차, 방법조차
몰라서 질문도 못했던 그런 적이 있으신가요?
들어가고 싶었던 동아리에 기회도 없어서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활발한 성격에 특유의 재치나 유머가 있었으면 장기자랑이라도 해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저는 그런 성격도 못되었거든요.
너무 내성적이었고, 제가 말을 시작하면 시선이 나한테 모이고, 내가 한 말이 재미가 없으면 어쩌지? 정말 힘들었어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해답을 찾다
그렇게 대학교 1학년을 보내고 난 후
동기들과의 차이점을 만들기 위해
동기들 중 최초로 복수전공을 선택해요.
외식조리영양학부의 식품과학 전공으로요.
처음에는 아는 친구도 없고 처음 접하는 식품 화학이라는 과목.
나는 문과였는데 또 내가 선택을 잘못한 걸까.
긴 공강시간에 혼자 시간을 때우며 이미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서 좌절해하고 있는데
일단 성적은 내야하니까 공부를 시작했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 너무 재밌는 거예요.
물론 당연히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 전공 친구들도 2학년이 되면서 세부분야를 선택하기 때문에 어쨌든 시작은 같았던 거죠.
식품화학 1 과목을 배우면서, 복수전공을 시작하면서 요리에 대한 제 개념이 확장이 되었어요.
생각조차 없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했던 제 선택이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 거죠.
처음에는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조리공부에서
도망쳤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저는 도피한 게 아니라 보는 시각을 넓힌 거였어요.
조리실력은 어느 시점에 도달하니
비슷비슷해졌거든요.
그렇게 식품과학이
제 대학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때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처음과 다른 선택을 했지만,
결국 나은 결과를 얻었다는 걸요.
사람은 누구나 좌절감을 느끼고 그 순간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합니다.
들인 시간이 아까워지고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며
그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우울한 시기이라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생각이 건강한 사람은
그 상황을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방법을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습니다.
저는 '생각이 건강하다는 것'은 그저 희망차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이 불안을 헤쳐나가는 힘. 10대, 20대의 우리는 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요?
조금 더 좌절하면서 불안을 겪으면서도 앞으로의 내 인생을 위해 다시 일어서는 힘을요.
다음 글에는
졸업까지의 대학교 생활,
어떻게 푸드스타일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학창시절은 어떠셨나요?
오늘도 마음이 편안한 하루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