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이 일을 선택했을까

우연히 걷게 된 청소년지도사라는 길

by 평화

처음부터 청소년지도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공도, 진로도 이 일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죠. ‘청소년’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청소년과 함께 일하게 되리라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첫발을 내디딘 곳은 한 시민단체였습니다. 그곳은 청소년단체이기도 했고, 여러 공공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수련시설도 있었지만, 저는 다른 부서에 배치되었습니다. 자격도 흥미도 없던 제게 청소년 업무는 그저 ‘남의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흘렀습니다. 청소년지도사 2급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고, 동료들과 함께 시험에 도전해 다행히 한 번에 필기와 면접을 통과했습니다. 3박 4일간의 연수를 마치고 국가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 일을 하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곧바로 청소년들과 함께하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다른 업무를 맡았고, 청소년 부서가 바쁠 때면 업무 지원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청소년 부서는 축제 준비 등으로 늦은 밤까지 일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청소년들이 수련관으로 찾아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하던 동료들의 모습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곤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며 6년간 현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지도사의 꿈을 다시 이어가게 된 건, 청소년수련관에 재취업하면서부터였습니다.

드디어 청소년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나이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를 품은 청소년들과의 만남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학생은 참 어렵습니다. 사춘기의 문턱에 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늘 조심스럽고, 무표정하게 내뱉는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웃어줄 때가 있습니다. 별것 아닌 듯 건네는 인사 한마디에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그 순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래, 이래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거구나.’


본격적으로 청소년지도사로 일한 지 5년이 되었을 무렵, 시청에서 수련관으로 업무 협조 연락이 왔습니다.

“청소년수련관에서 활동 중인 K-pop 댄스 동아리 공연팀을 미국 행사에 초청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지자체가 교류 중인 미국 도시와의 자매결연 6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자매도시가 함께하는 축제 무대에 청소년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마침 실력 있는 팀이 있어 함께 준비하게 되었고, 보호자이자 지도자로서 5박 7일의 일정에 동행했습니다.

아마추어 청소년 팀이 과연 무대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공연은 큰 호응과 박수를 받았습니다. 현지 댄스 스튜디오 관계자가 명함을 건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무대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열정적으로 연습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서먹하던 아이들과 동고동락한 7일 동안 정이 깊이 들었고, 돌아온 뒤에는 눈만 마주쳐도 손하트를 날리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 청소년들의 성장을 눈으로 지켜보는 것. 이런 게 청소년지도사의 행복이구나.’

이 직업을 통해 느끼는 보람이자 희열이었습니다.


올해 초, 수련관에서 함께 근무하던 대학생 근로 장학생이 제게 말했습니다.

“군대 다녀오고 졸업하면 2030년인데, 그때 이곳에 취업하고 싶어요. 선생님이 그때도 계셨으면 좋겠어요.”

이 한마디에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책임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내 역할을 더욱 성실히 해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지도사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성장 곁을 조용히 함께 걸으며, 때로는 방향을 밝혀주는 조력자이자 등불입니다.

나는 오늘도 그 길 위를 걷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그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따뜻하고 의미 있는 길이라는 것을,
이제는 확신합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