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지역사회, 연결의 경험

지역은 떠날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이 될 수 있기를.

by 평화

연말과 연초는 늘 분주하다. 기관의 연간 계획을 세우고 업무를 나누며, 올해는 어떤 활동으로 기관의 비전을 풀어낼지 고민하는 시간이다. 동시에 각종 공모사업을 살피고, 지난해 진행한 욕구 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관심 영역에 맞는 사업기획서를 작성해 지원한다.

배경과 필요성, 목적과 목표, 회기별 활동 계획, 홍보 방안, 안전과 위생 관리, 보호자 안심 장치, 예산 계획까지 빠짐없이 채워야 할 항목들은 끝이 없다. 어느 공모사업이나 그렇겠지만, 특히 정부 사업은 기본 계획서만 작성해도 40페이지를 훌쩍 넘긴다.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하던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작년에 진행했던 기후.환경 관련 활동이었다.

평가가 좋아 올해도 비슷한 형태로 지원해 볼까 했지만, 같은 내용의 사업은 다시 지원할 수 없다는 내용이 매뉴얼에 있었다. 기한이 거의 남지 않아 지원서를 쓸지 말지 한동안 망설이다가, 마감 3일을 남기고 결국 부랴부랴 계획서를 써 내려갔다.

이번에 구상한 사업의 핵심은 현장 중심형 직업 체험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로 교육은 대부분 강사가 학교로 찾아와 단회기로 진행된다. 짧고 단순한 체험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청소년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진로를 탐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청소년들과의 대화에서도 진로 교육의 방법과 내용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자주 있었다. 그래서 직접 일터로 찾아가 여러 회기에 걸쳐 실무를 경험하고, 교육이 끝난 뒤에는 청소년들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설계했다. 만약 이 사업이 선정된다면, 운영의 결과에 따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일터와 협약을 맺고 그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고 싶다.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진로 체험으로만 두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사업을 고민했던 밑바탕에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이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년에 <지역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기획한 적이 있다. 그때 참가한 청년들의 대화 속에서 일자리와 주거의 안정성, 그리고 다양한 인프라 구축이 청년들의 정주를 돕는 환경임을 확인했다. 낮은 임금, 부족한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는 지방 소도시를 떠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것. 특별한 매력이 없는 한, 더 큰 도시로의 이동을 막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사는 도시가 살만한 곳이라는 가능성, 그리고 이곳에서도 내가 꿈꾸는 삶을 펼칠 수 있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지역사회가 청소년에게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지방 소도시에 머무는 일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인식된다면, 삶의 터전을 떠나는 일은 지금보다 줄어들지도 모른다.

실제로 포럼 발제자로 참여했던 청년은 지역에서 나고 자라, 본인의 역할을 찾고 가치를 담아 활동을 해왔다. 이런 사례가 많아져서 공유하며 여러 실험을 병행한다면 충분히 지역에 머물고 싶어지는 청소년, 청년들이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적어도 이런 직업 체험을 통해서라도 청소년들이 지역의 일터를 경험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감이 임박해 계획서를 완성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협력이다. 지역에서 청소년을 품고 성장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본인의 생업 현장을 배움의 장으로 내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꺼이 함께 하겠다며 수락해 준 카페 사장님들이 있어 이 사업 기획서는 완성할 수 있었다.


만약에 공모사업에 선정된다면 청소년들은 실제 직업 현장에서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사 직무를 배우게 될 것이다. 또 배운 직무로 끝나지 않고, 직접 수련관 내 카페를 활용해서 실제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운영하는 실무까지 해 볼 생각이다. 10회 남짓한 이 활동이 청소년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누군가에게는 지역에서 살아갈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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