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비추는 자리, 청소년운영위원회

청소년 주도적 성장

by 평화

청소년수련관에는 청소년 참여기구인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있다. 기관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청소년의 욕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며, 공간의 개선점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 간 교류활동과 기관장 간담회, 자체 기획활동도 운영한다.
우리 기관의 청소년운영위원회는 ‘한마루’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가장 꼭대기라는 뜻처럼, 청소년이 가장 높게 빛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얼마 전 신규 위원 모집 면접이 있었다. 참여 청소년들의 일정을 고려해 2주에 걸쳐 스무 명 남짓의 면접을 진행했고, 나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청소년이 한 조를 이뤄 함께 면접을 보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들. 익숙한 얼굴도,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질문이 떨어지자 한 명씩 돌아가며 답을 이어갔다. 외워둔 문장이 잘 떠오르지 않는지 동그란 눈동자가 바쁘게 흔들렸다.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답을 이어가는 모습이 대견했다. 오히려 초등학생들이 더 씩씩했다.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낸다. 타인의 시선이 자신을 크게 흔들지 않는 듯했다.

연임 지원자에게 “지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포럼, 교류활동, 그리고 ‘오다가다 카페’ 같은 기획활동이 많이 언급됐다. 오다가다 카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간식을 나누는 활동이다.
특히 교류활동은 인상 깊다. 다른 지역 청소년을 만나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고, 우리 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을 고민한다. 지난해에는 영월과 하남의 청소년을 만났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부러워한 것은 청소년이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30년이 넘은 우리 기관과 달리, 최근에 지어진 시설은 쾌적하고 공간 구성도 청소년의 욕구에 맞춰져 있었다. 교류를 다녀오면 늘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수용하려 하지만, 구조적인 한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위원회의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갈등 상황에서의 대처 방식과 자신의 강점도 질문했다. 마지막으로는 정기회의 참석 가능 여부, 즉 성실성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작년보다 더 책임감 있게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밝히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매월 두 번 이상의 정기회의와 기획활동을 꾸려가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발적으로 지원했다 해도, 주말 오전마다 모여 의견을 나누고 활동을 실행하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그날 가장 오래 남은 답이 있다.
“원래 발표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청소년운영위원회를 하면서 의견을 말하는 게 조금 수월해졌어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평소 조용하던 청소년의 고백이었다. 위원회 활동이 그에게 작은 변화의 계기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서툴러도 배려하고 응원하는 문화 속에서는 사람이 성장한다. 건강한 비판은 있지만 비난은 없고, 부족한 부분은 함께 채워가며 완성해 나간다.
무한 경쟁 속에서 학업이라는 트랙 위를 달리는 청소년들에게, 내 옆 사람을 살피며 함께 나아가는 경험은 꼭 필요하다. 청소년운영위원회는 그중 하나의 장이다. 1년 동안 ‘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올해 새롭게 선발된 청소년운영위원들이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들의 꼭대기가 경쟁의 정점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자리이기를 바라면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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