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떠나는 지역은 미래가 없다

청소년지도사가 현장에서 느낀 위기

by 평화

“요즘 프로그램 참여 신청이 잘 안 들어와요.”

얼마 전 만난 한 청소년지도자의 말입니다.
대화의 대부분은 ‘참여자 모집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데, 정작 그 주체가 되어야 할 청소년을 만나는 것부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1. 청소년이 줄어드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
지방 소멸과 청소년 활동의 위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날카롭게 맞물린 톱니바퀴와 같습니다. 인구 감소가 지역사회의 근간인 청소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치명적입니다.
인구 감소는 단순히 사람 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역사회의 생태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문제입니다. 인구 기반의 예산 배정 구조 속에서 청소년 인구의 감소는 곧 관련 예산과 정책의 후 순위 밀림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결국 청소년 시설 기반의 약화와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연결됩니다.


#2. 진짜 문제는 관계의 축소
하지만 더 안타까운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관계의 축소’입니다.
청소년 기관에서 공들여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정작 참여할 청소년이 부족해 운영이 겉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작은 도시일수록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청소년 인구 자체가 적다 보니 여러 프로그램에 비슷한 청소년들이 반복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활동의 다양성을 해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자들의 흥미마저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또래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정서적 고립감을 안겨주고, 나아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마저 약화할 수 있습니다.

#3. 청소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
청소년기는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는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쌓은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의 정주 선택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지역에서의 활동 경험이 부족하면 청소년들은 지역을 도전의 공간이 아닌 떠나야 할 공간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결국 청소년의 이탈은 지역의 인구 감소를 더욱 가속하고, 이는 다시 지역 공동체의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게 됩니다.

#4. 연대를 생각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요즘 ‘연대’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이제는 개별 기관이 홀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지역 간 교류를 확대하고,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청소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학교와 교육청 등 지역사회 관계기관과도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이미 청소년 정책 현장에서도 학교 연계 활동의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 우리 기관 역시 학교와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새롭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바라는 점이 있습니다.
학교 안과 밖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의 모든 활동이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으로 존중받기를 바랍니다. 정부 부처마다 다른 방향으로 추진되는 정책이 청소년 활동의 저변을 넓히기보다 오히려 축소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청소년 활동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학업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능동적인 청소년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은 청소년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정책과 제도의 기반 위에 전문가와 지역의 어른들, 그리고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입니다.

#5.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청소년지도사로서 청소년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의 역할은 기관을 찾는 일부 청소년에게 머무르지 않아야 합니다. 지역 전체의 청소년을 향해 확장되어야 하며 이제는 그 질문을 고민에만 머무르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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