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지도사, 문화를 바꾸는 일을 하다

종이컵 없는 수련관을 만든다는 것

by 평화

#1.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서 출발

재작년 겨울, 내가 근무하는 청소년수련관은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하는 ‘제로스팟’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ESG 가치 실현과 지구적 사고에서 출발하는 청소년활동’이라는 기관의 미션을, 조금 더 일상 가까이에서 실천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 바꾼 것은 컵이 아니라 '습관'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수기 옆에 놓여 있던 종이컵을 치우고 다회용 컵을 비치했다.
회의 시간에도, 강좌 시간에도 “가능하면 다회용 컵을 사용해 주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청소년들에게는 텀블러를 가져오자고 안내했다.


문제는 ‘사용’이 아니라 ‘관리’였다. 세척기가 없던 초기에는 매일같이 컵을 손으로 씻어야 했다. 일주일이면 250개, 한 달이면 1,000개가 넘는 컵이 쌓였다.
솔직히 말하면 번거롭고 귀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우리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다’는 감각.

눈에 보이는 변화는 작았지만, 분명히 무언가는 달라지고 있었다.


#3. 불편함이 익숙함이 되기까지

시간이 지나 식기세척기가 들어오고 나서야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그때부터였다. 다회용 컵 사용이 ‘노력’이 아니라 ‘습관’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지금은 수련관의 동아리 청소년들이 축제 부스를 운영할 때도 자연스럽게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이제는 제법 청소년활동 속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게 당연한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4. 숫자로 확인되는 변화

이 변화는 숫자로도 설명할 수 있다.

종이컵 하나를 만드는 데 약 11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우리 수련관에서 한 달에 1,000개의 종이컵 사용을 줄였으니, 매달 약 11kg의 탄소를 줄이고 있는 셈이다.

아주 거대한 수치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조금이라도 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5. 나의 일상도 바꿔준 실천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일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행가래’ 앱을 통해 걷기, 잔반 줄이기, 텀블러 사용, 대기전력 줄이기 같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6월부터 지금까지 줄인 탄소량은 약 132.870kg.
금액으로 환산하면 14만 원 정도이다.

숫자가 중요해서 계속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멈추지 않기 위해서.


#6. 결국 변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는 종종 ‘큰 변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건 조금 다르다.

변화는 대개, 아주 사소한 선택에서 시작된다.

종이컵 대신 다회용 컵을 드는 일,
텀블러를 가방에 하나 넣는 일,
전원을 한 번 더 끄는 일.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 어느 순간 ‘문화’가 된다.

그리고 그 문화는, 생각보다 멀리 퍼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선택을 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쌓이고 있을 변화를 믿으면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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