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회사 생활_에피소드
부서(사업부)에서 시험을 친다고?
그것도 팀장들을 대상으로 사업부장이? 왜?
사업부 10명의 팀장들을 대상으로 내가 출제자로서 몇 번 ‘한자 시험’(2자의 한자 단어를 우리말로 읽기)을 친 적이 있다. 바쁜 팀장들을 왜 괴롭히냐, 사업부장이 그렇게 한가하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자주 거론되는 ‘한자 사용의 필요성’ 또는 ‘한글 vs 한자 사용 논쟁’에 대하여 이 글에서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화하거나 글을 읽을 때, 사용하는 단어(문구)의 한자를 같이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苦悶’
이 단어를 우리말로 읽는다면?
‘苦’는 쉽게 읽을 수 있지만, ‘悶’’은 읽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말로 ‘고민’이다. ‘괴로울 고’, ‘답답할 민’.
‘민(悶)’ = ‘마음(心)’이 ‘문(門)’에 갇혀 있어 ‘답답하다’. 머릿속으로 의미가 와닿는다.
‘洋襪’
평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두 번째 한자를 읽기는 쉽지 않다. 우리말로 ‘양말’이다. 나도 이 단어의 한자가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서양 ‘양(洋)’, 버선 ‘말(襪)’. ‘서양식 버선’.
두 단어를 예로 들었지만, 단어를 한자와 같이 보게 되면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까. 한자를 생각하면서 말하고 읽게 되면 '문장 속의 의미와 의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고력(思考力)'도 길러진다고 생각하며, 내가 팀장들에게 ‘한자 시험’을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자 시험’을 쳤을 때 대부분의 팀장들이 10문항 중 한 문항도 맞추지 못했다. 이례적으로 7개를 맞추어 출제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팀장이 한 명 있었다. 다른 팀장들과는 나이 차이가 약간 있었지만, 평소 진중하고 생각이 깊은 팀장이었다.
나는 평소 대화하다가 또는 보고서를 보다가 ‘어! 저 단어는 한자가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찾아보고, 모르는 한자이면 메모장에 저장해 둔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모아둔 ‘한자 문제 은행’에는 약 100개의 한자가 비축되어 있고 계속 모아가고 있다. (문제 은행에 있는 한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2글자 단어들이다.)
팀장들에게 한자시험을 친다는 사실을 대표이사께 말씀드렸더니 웃으면서 말씀 주셨다.
“안 그래도 팀장들 힘든데, 너무 괴롭히지 마라 “
‘한자 시험’ 친다고 팀장들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한 적은 없다. 팀장들이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자 문제은행’에서 10개를 제시한다. 한번 읽어 보시길.
[한자 읽기 테스트]
01. 稀罕
02. 些少
03. 痕迹
04. 未洽
05. 罪悚
06. 訛傳
07. 乖愎
08. 汨沒
09. 逼迫
10. 敏捷
* 정답은 댓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