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nuCHO Oct 10. 2023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분들께

대기업 주재원의 일본 이야기


‘일본어’를 학습한 나의 경력은 꽤 오래되었다.

 

수능(당시 학력고사) 제2외국어를 일본어로 시험 친 것을 시작으로, 대학생 시절 방학 때 일본어 학원을 몇 차례 다녔다. 회사 입사 초년생 시기에 그룹 연수원 주관 ‘일본어 심화 학습 과정’을 6개월 수강하였고, 회사 업무를 하면서 많은 일본 자료들을 번역하여 활용해 왔다. 21세기에 들어서는 도쿄 1년 6개월, 나가사키 5년 일본어를 주 언어로 삼으면서 살았다.

 

비즈니스를 위하여 또는 개인적인 관심으로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분들께 내가 일본어를 익힌 방법을 공유한다



처음 듣는 일본어 질문에 당황하다

 

위에서 언급한 그룹 연수원 ‘일본어 심화 학습 과정’에 지원하여 입소 전에 회화 테스트를 받았다. 강사님의 의도적인 첫 질문부터 혼란스러웠다.

 

“どこにお住まいですか?” (도코니오수마이데스까)

‘どこに(도코니)’가 ‘어디’라는 것은 당연히 알겠는데 ‘お住まい(오수마이)’는 뭐지?


한참 동안 답을 못하고 있으니까 강사님은 웃으면서 ‘어디 사세요?’를 높임말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였다. 나름 웬만한 일본어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일본어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어 공부를 한 방법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일본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익힌 일본어 수준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직장 생활과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일본어 실력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였고, 일본어를 더 익히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였다. 그중에 효과가 좋았던 방법을 소개한다.

 

라디오를 통해 ‘일기 예보’를 듣다

 

회사 출퇴근은 차로 30~40분 정도 소요되었다.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하여 운전하면서 반드시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라디오 방송 중에 매 시간마다 나오는 ‘일기 예보’를 꼭 들었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평소 접하지 않았던 기상 용어들이 많아 처음에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개월을 반복하여 듣게 되니 귀가 뚫렸고 자신감이 생겼다. '일기 예보'를 몇 달 동안 계속 들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뉴스를 듣다

 

TV 또는 라디오를 통해 ‘뉴스’를 자주 들었다. 뉴스 방송은 진행자의 발음이 매우 정확할 뿐만 아니라 알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용어와 단어들을 계속 접할 수 있었다.

 

퇴근 시간에 운전하면서 라디오로 ‘19시 뉴스’는 반드시 들었다. 뉴스도 수개월 듣다 보니 나중에는 뉴스 시작 멘트와 진행자(남자는 고정, 여자는 2~3명이 교대)의 성명도 모두 외울 수 있게 되었다.

 

일본 드라마를 시청하다

 

일본 방송을 시청하면서 일본어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드라마 시청을 통해 일본어를 익혔다. ‘만담(漫談) 프로그램’ 등 연예인들이 나와서 하는 잡담은 지금도 나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인상적이었던 드라마는 ‘한자와 나오키’. 출연자들의 발음이 정확하였고 그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단어와 표현이 일본어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드라마를 하나 더 추천한다면 형사 드라마 '아이보우(相棒)'.

주인공 ‘水谷豊(미즈타니 유타카)’는 품격 있는 표현과 단어를 사용하고 발음도 매우 정확하다. 계속 시청하다 보면 주인공의 이야기가 친숙해지면서 그의 정중한 표현법도 배울 수 있다.

 

모르는 단어 또는 표현이 나오면 반드시 기록하고 찾아본다

 

나가사키 주재원 근무를 시작하면서 현지 회사 계장급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하였다. 하루 종일 일본어로만 이야기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직원들의 이야기 속에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일본어가 적지 않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미안하지만, 여기 메모지에 적어 주세요. 가급적 한자로”라고 부탁하였다.

 

라디오 또는 TV를 통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나는 반드시 휴대폰 또는 메모지에 들리는 발음대로 한글로 기록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될 때 메모해 둔 단어를 찾아보고 정식 단어장에 기입하고 외웠다. 거리를 지나가다가도 간판에 읽지 못하는 한자가 사진을 찍은 후 나중에 꼭 사전을 찾아 보면서 단어를 익혀 나갔다.

 

OPI 테스트를 받다

 

나가사키 주재원 근무 시절, 그룹에서 해외 주재원의 ‘현지 언어 능력 검정’을 실시하였다. 나는 당연히 일본어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일본어 테스트는 그룹에서 지정한 ‘OPI’(1:1 인터뷰 방식의 언어 말하기 평가)를 보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평가자와 시간 약속을 한 뒤 전화로 20~30분간의 대화를 통해 평가를 받았다.

 

평가자는 3개의 상황을 설정하여 제시하였고, 상황별로 1:1 대화 방식으로 테스트는 진행되었다. 예상하였던 2개(취미를 묻는 일반적인 대화 / 비즈니스 대화) 상황은 큰 어려움 없이 대화를 나누었으나, 마지막 상황에서 무척 고전하였다.

 

평가자 : “이번은 길을 가고 있는데 어린아이가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아이 역할이고 피평가자분이 지나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평가자가 우는 목소리를 내면서 상황을 시작하였다. 일본에 살고 있으면서도 어린아이와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는 나는, 어떤 표현을 구사해야 할지 무척 당황하였다. 할 수 없이 평소 사용하는 대화체로 이야기를 하였더니 평가자가 자꾸 “에?”라고 한다.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사용하는 대화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평가 결과는 내가 기대한 등급 보다 한 등급 아래로 나왔다.

 

OPI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분이라면 다양한 대화체(보통말 / 높임말 / 낮춤말) 모두 준비하길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