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뭐예요' 하고 물으면 '가정주부예요'라고 답하며 살아온 지 10년이 되어간다. 대략 10만 시간이 되는 긴 세월 동안 돌보는 사람으로 살다 보니 나 자신을 돌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가정 주부’의 역할에 매몰되지 않고 나로 존재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런 순간을 삶의 군데군데 심어 두면 나를 잘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글쓰기, 북클럽, 영어스터디 그리고 마을 공동체 멤버로서의 활동 등 재미있고 의미 있는 다양한 노력들 덕분에 나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나로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2년 전에 마을공동체에서 발행하는 책 <토닥토담>을 만들기 위해 자진해서 인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배움 끝에 따라오는 긴장감과 설렘이 말할 수 없이 반가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감정은 나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여주었고 덕분에 삶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번에 발행한 마을잡지 토닥토담 3호_엄마,인터뷰/
/편집장의 편지_written by 다정/
물론 '돌봄'과 '작업'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면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주어진 것들의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이어나가고 있다. 잡지에 들어갈 글을 편집하고(부족하나마) 처음 해보는 디자인 작업을 맡고, 도무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도 계속 글을 쓰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다독이는 행위이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나를 잘 지키다가 언젠가 가정에서의 역할이 지금보다 작아졌을 때 주저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다시 나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부지런히 내면의 힘을 키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