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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오 Dec 02. 2024

20대의 시작, 난 남미에 있었다

글감 #2 : 20대 내가 한 첫 일은

20대의 시작, 난 남미에 있었다.

동쪽의 도시(Ciudad del Este)라 불리는

파라과이 동남부의 무역도시다.

이과수 폭포의 관문이자

검은돈이 모여드는 곳, 바로 그곳이다.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졸업을 하고,

대학교와 일을 동시에 하던 때였다.

그곳에는 그것이 당연했기에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음을.


“저 다음 주에 여행이 있어 쉴 수 있을까요?”

일 시작한 지 겨우 일주일쯤 지날 때였다.

미친놈이었다.

재밌게도 사장님은 허락해 주었다.

다만, 사수는 자비심은 없었다.

그때 쌍욕을 먹었었지 아마.

지금 생각하면 안 맞은 게 다행일 거다.


일 머리라는 것을 그때 배웠다.

동의어는 눈치다.

사수가 생각한 것을 미리 해두고,

사장님이 원하는 것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처음 맡은 일은 영업이었다.

고객사를 대상으로 카턴박스 단위의

셋톱박스를 판매하는 일이었다.

현지인 직원 5~10명을 데리고,

영업 -> 배송 -> 수금 을 하는 일이었다.


수금이 아마 낯설지도 모르겠다.

남미는 현찰거래가 많이 일어난다.

그러니 판매대금은 직접 돈을 받으러 간다.

그게 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정도의 현찰이다.

되도록 주머니에 넣어 약 10분 정도 거리를

왕복으로 걸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위험한 일이다.

강도라도 당하면, 목숨이라도 유지하면 다행이다.


나는 스페인어는 할 줄 안다.

근데 내 고객은 포르투갈어만 할 줄 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팔아야 한다. 그래야지 살 수 있다.

“안되면 되게 해라”

그것이 그 도시의 논리였다.

총이든, 무력이든, 인맥이든

해내면 그만이었다.


그 도시의 생존법은 나의 가치관이 되었다.

하루하루가 정말 살아남아야 하는 일이었다.

목숨이 달려있고, 해내야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대부분 없었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세상에선,

모든 것 위에 목숨이 있다.

목숨이 없어지면, 모든 걸 잃기에

그거 하나 붙잡으려 한다.

그러니, 그 어떤 가치도 나에게는 무감각했다.

돈이든, 사랑이든, 일이든, 신이든

오늘 하루 목숨부지하는데 필요하다면

기꺼이 무엇이라도 되어줄 수 있었다.


그러니 난 누군가가 함께 있어도

늘 혼자였고, 거짓말쟁이가 되었어야 했지.

나를 이해해 주는 건 나 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했지.

지금에 와선 오히려 늘 솔직하려 하지만

위험해지면 습관처럼 덜 닦은 거짓말이 묻어 나온다.

그렇지만 어떠한가?

내가 그렇게 살아왔는 걸.

바꾸려고 해 봤지만 안된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있다.

비루한 거짓말쟁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가난한 거짓말은 그 안에서라도

씨앗이 되고 작은 싹이 돋아

새빨간 꽃 피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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