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을 당하다
2008년 5월
첫 입사 날
하루 일하고 눈물 흘리고 한 달만 일해야지, 삼 개월만 참아야지, 6개월만 버티자, 일 년 만 버티자를
되새김질하며 일했던 나의 첫 회사
2025년 7월 중순
내 생일이 지나고, 아래 팀원이 이직을 하고 난 다음 주 월요일
오후 4시 영업 사장님께서 나에게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전화가 왔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였다.
그렇게 회사에서 충성 충성을 했건만 권고사직 대상자에 나까지 포함이 되었다고 한다.
3개월치 급여 + 실업 급여 + 퇴직금의 조건으로..
당황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사실 굉장히 당황했다.
얼마 전 팀장님에게 내가 "만약 제가 권고사직을 받으면.. 음 담담히 받아들일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메신저로 한 적이 있는데, 팀장님도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사장님한테 캡쳐를 보내면서 분위기가 이렇다고
보낸 메시지를 사장님께 보고 드리러 갔는데 보고 말았다.
그 생각이 나면서 왠지 팀장님이 원망스러워졌다. 그 메세지를 보낸 거 때문에 내가 대상자로 들었지 않나..
잠시나마 괜히 엉뚱한 곳에 화를 돌리기도 했다.
억울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물론 방황기도 있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시간 우면서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첫 번째 권고사직 대상자가 된 것일까? (물론 그 전 에 한 명 받고 실질적으로 내가 두 번째이긴 하다)
그 날은 울면서 퇴근을 했다.
엄마랑 언니에게 울면서 말했다.
7월 31일까지 근무하겠다고 했지만 다음 날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굳이 인수인계할 것도 없는데 7월 31일까지 일할 이유가 있나,
아침부터 바이어와 베트남 직원들에게 나의 퇴사를 알리고 굿바이 메세지를 보냈다.
회사 전체 메신저에도
"안녕하세요, 땡땡입니다. 한 분 한 분 직접 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용기가 없어 이렇게 메시지로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입사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많은 도움과 따뜻한 관심을 주신 분들이었기에, 가족처럼 소중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 동안 정말 감사드리고, 제게 해주신 모든 일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상황에서 퇴사를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이렇게 전합니다. 회사가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모든 분들이 걱정 없이 일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계속 연락드릴 테니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
저는 회사분들을 가족처럼 생각했습니다. 참 감사하고 사랑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따로 인사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전체 방을 나오고 각 업무 채팅방을 나왔다.
팀장님이 그날 술 먹자고 했지만 그럴 생각이 없어 점심 안 먹고 집에 들어가겠다고 하고
영업 사장님께만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영업 사장님은 최종 사장님과 면담은 해야 하지 않겠냐 하셨지만
사장님은 나를 불렀다가 바로 피하셨고, 결국 전화도 안 받으셨다.
회사 짐들은 주말에 챙기기로 하고, 바로 집으로 왔다.
그렇게 나의 17년 4개월의 첫 회사 생활이 마무리되었다.
여기에 내 회사 생활과 권고사직까지의 과정을 기록해 보기로 한다.
다른 SNS에는 내가 너무 오픈되어 있어서 차마 권고사직 당했다고 할 수가 없었다.
SNS 속 나는 굉장히 잘나가는 슈퍼우먼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