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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보스 사장님과 마지막 통화

권고사직을 당하다

by 글쓴이

마지막 날

사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안 받았었다. 그땐 정말 받기가 싫었다.

그리고 나니 영업 사장님께서 최종보스가 찾으신단다.

좀 앉아 있다가 사장님실로 가니 사장님은 집에 가셨단다.


그 다음날 언제까지 나오겠다 문자 보내고 그 다음다음 날 갑자기 화가 나서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 문자를 보내뒀다. 시간 되실 때 연락 달라고.


예전에는 바로바로 전화 오고 문자 왔던 사장님인데 반나절이 지나서야

이제 봤다며,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다음 주 화요일쯤 통화하자고 하시더라


참 어이가 없었지만 알겠다고 했다.

그다음 주 화요일이 다가왔는데, 연락이 없었다.

나도 먼저 안 해야겠다 싶어서 안 했다.

그 다음날 사장님한테 문자가 왔다.

오늘은 출근을 하니 9시 이후로 언제든 전화 달라고.


처음에는 최종 보스에게 왜 나였나, 왜 거짓말을 했냐 등등 묻고 싶었는데

이주일 정도 지나니까 그냥 모든 게 의미 없었다.

그래서 나도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최종보스님께 문자가 왔다.

그동안 출근 못 했는데 오늘 출근할 테니 9시 이후로 전화 달라는 메시지.

아 전화할까 말까 고민 끝에 했는데


결론

회사는 회사다.

주인 의식 가지고 의리 가지고 18년 일해봤자 내쳐지는 것은 순간이다.


약간은 울컥한 목소리로 회사 상황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래도 이 회사가 별 탈 없이 운영되길 바란다

나는 이렇게 좋은 마무리를 꿈꾸는데

최종 보스는 그동안 일어났던 일에 대해 나는 모르는 척, 회사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나를 안쓰럽게 본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직도 그만둬야 할 사람들 많다... 변명뿐이다.

참 아쉽고도 씁쓸하다.

최종 보스님과의 통화로 나의 18년 회사 생활은 그렇게 마감했다.


반전은.

사장님께 당분간 회사 이메일을 써도 되겠냐고 여쭤봤다.

왜냐면 공식적으로 나는 10/30까지 근무기 때문이다. (휴직-> 사직)

그동안 봐온 사장님이었다면 선뜻 허락해 주실텐데 안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다음 날, 오늘

메일 계정이 삭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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