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도쿄타워
날씨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나는,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하고 화창한 날을 좋아한다. 요 며칠 혼자 시간을 보낸 것도 모자라 비까지 내려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는데, 이런 내 마음을 읽은 걸까. 아침에 눈을 뜨니 창문과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순간 믿을 수 없어 커튼을 활짝 열고 온몸으로 따스한 햇빛을 맞이했다. 모처럼 날씨도 좋겠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곰곰이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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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좋고 기왕 도쿄에 왔으니
도쿄의 랜드마크이자 가장 유명한 도쿄타워를 보러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홀로 돌아다녀도 꽃단장은 필수인 법. 가방 속 화장품과 지갑 선글라스까지 만만의 준비를 마친 채 열쇠를 손에 쥐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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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에서 벗어나 비교적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 있는 언니 집은 일본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한눈에 담기 딱 좋은 위치였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계시는 할머니부터 벚꽃이 만개한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는 해맑은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가시는 아주머니, 양복을 갖춰 입은 채 서류가방을 휘날리는 분주한 발걸음의 직장인들까지. 한국이든 일본이든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한 모양인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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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에 가려면 한 번의 환승이 필요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것도 홀로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휴대폰 속 지도맵. 혹여나 길을 잘못 들을까. 고개를 숙여 몇 번이나 휴대폰을 확인했다. 무사히 옳은 길로 가고 있을 때 휘몰아치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나를 감쌌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리듬에 맞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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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벗어나니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도쿄타워. 날씨가 좋아서였을까. 강렬한 햇빛이 도쿄타워를 내리쬐니 맹렬한 빨간색의 도쿄타워가 이글이글 거리며 불타오르는 듯했다. 타워에 점차 가까워질 수 록 그의 웅장한 모양새에 잠시 압도당했다. 괜스레 반가운 얼굴의 외국인들도 보이기 시작했고, 삼사오오 모인 사람들을 따라 나 역시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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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구경한 뒤, 도쿄타워가 가장 잘 보이고 많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는 공원으로 발 길을 돌렸다.
물론 나와 같이 찍을 사람도, 나를 찍어 줄 사람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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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친구들, 가족들이 한데 모여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돗자리를 펴고 따사로운 햇빛을 내리째며 남자친구 어깨에 기대 있는 여자,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들, 도쿄타워를 중심으로 서로를 찍어주고 있던 친구들. 그 속에서 혼자 우둑하니 서있는 나를 향해 시선을 보내는 수많은 눈동자. 지금껏 홀로 떠나는 여행을 늘 바라왔고 그토록 꿈꾸던 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덩그러니 홀로 있으니 지금까지 낭만이라고 여겨왔던 게 객기였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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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고, 사람이 많은 건 딱 질색이라고, 혼자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했는데 이 말이 무색하게도 사람이 그립고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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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민망한 마음을 숨긴 채 사진도 여러 장 찍어보았지만, 이 순간도 몇 분만에 그쳐버렸다.
또다시 하늘이 내 마음을 읽었나. 햇빛은 온데간데없고 하늘에 먹구름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