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은 늘 아쉬운 법이다.
시간에도 발이 달렸나 보다. 쫓아가봐도 절대 닿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먼발치에서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자며 손을 흔든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는 마음을 주채할 수 없어 가보고 싶은 곳이나 맛집 등 많고 많은 후보들을 나열해 전부 가보겠다며 다짐했지만 막상 여행이라는 공간 속으로 들어오면 해이해지는 나다.
"굳이 안 가봐도 되지 않을까?", "그냥 다음에 먹자." 순간의 귀찮음이 여행의 끝물을 아쉬움으로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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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이전의 여행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여행이었다. 모든 학교 생활을 마친 후 스스로에게 휴식을 선사해 준 여행이자, 굳게 닫힌 빗장길이 3년 만에 열린 순간이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을 손에 쥘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근 2주 동안 교토와 도쿄를 오가면서 익숙하지 않던 거리들이 슬슬 눈에 들어오고, 일본에서의 생활이 몸에 익으려던 찰나에 귀국길이 나를 붙잡는다. 이제 가야 하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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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혼자 5일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도 처음이었다. 쇼핑도, 관광지도, 심지어 밥을 먹는 것도. 모든 것에 있어서 처음이었다. 홀로 도쿄를 누비며 남들이 말하는 혼자여행의 묘미도 느껴보려 했으나, 나에겐 외로웠던 순간이 더 컸다. 서로의 눈에 정취를 가득 담고, 맛있는 걸 나눠먹을 사람이 필요했다. 이 아쉬움을 달래고자 새로운 친구를 사귀듯, 나 자신과 얘기를 나누고 깊이 있게 알아갔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외로움을 많이 타네." "계획형 인간이라고 그렇게나 자부했는데, 여행할 땐 오히려 즉흥적이잖아?" 누구보다 스스로를 잘 안다며 자신 있게 정의를 내리던 사람었지만, 여행이 주는 고찰을 통해 나도 몰랐던 저 넘어 이면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맛에 혼자 여행을 떠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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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싶었다. 매일을 갈망했고 소망했다. 이 허기짐을 달래보고자 갖은 방법으로 입 안에 욱여넣었지만 여전히 가슴 한 곳이 공허했는데 문득,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이 끝나는 걸 실감하는 순간 가슴한 켠 뚫려있던 구멍이 서서히 따스한 공기로 채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3년 만에 탑승한 비행기의 떨림부터 도쿄를 거닐어 다니던 두 발의 리듬, 쫄깃한 우동의 면발. 이 모든 것이 한대 모여 결핍을 충분함으로 바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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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창가자리로 잡았다. 창문을 통해 하나라도 더 눈에 담고 싶은 욕심이었다. 공항에는 한국으로 귀국하는 사람들 보다 한국으로 입국하는 일본인들이 더 많았는데, 2주 전 설렘으로 부풀어있던 내 얼굴이 그들의 얼굴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귀국할 때도 지금의 내 얼굴과 같겠지. 아니 똑같을 거다. 아쉬움의 연속. 비행기 안에서 언니와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끼고 도쿄의 밤거리를 돌아다녔던
"imase의 Night dancer"를 다시 들었다. 특정한 장소에서 들었던 노래는 이따금 다시 들었을 때 우리를 타임머신에 탑승시킨다. 이에 이끌려 눈을 감고 그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는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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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야 한다는 마음에 바싹 긴장을 했던 터라 기내에 오르니 몰려오는 피로감에 눈꺼풀은 견딜 수 없이 무거웠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서서히 들리지 않던 찰나, 입국할 때 맡았던 일본만의 특유한 냄새가 갑자기 내 코를 간지럽혔다. 슬며시 눈을 뜨니 마주치는 눈동자. 비어있던 내 옆자리는 나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일본인 남성 2명이 채워주었다. 친구로 보이던 그들은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듯했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한국인 한 명과 한국으로 입국하는 일본인 두 명.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의외의 조합에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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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을 하려면 여행자 정보라던가, 세관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늘 알고 있음에도 곁에 없는 볼펜. 야속하지만 누구를 탓하겠는가. 지나가는 승무원을 붙잡으려 20분을 멍 때렸지만, 작았던 내 목소리는 승무원에게 닿지 못했고 탄식하던 찰나. 옆자리의 그가 볼펜을 건네주었다. 작성도 못하고 있는 내가 괜히 신경 쓰였나 보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신고를 마칠 수 있었고 낯설기만 한 외국인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그의 향이 아직도 주위를 맴돈다. 이번 여행을 잊지 말라는 뜻일까. 한국으로 돌아가던 비행기 안은 어느새 달달한 일본의 향기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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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 현실로 돌아올 시간.
"젊은 날의 어떤 경험은 앞으로 남은 삶의 영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극단적인 행복을 느꼈던 이번 여행. 무한하게 담아 온 추억과 기억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이곳에 꾹꾹 눌러 남겨본다. 다시 떠날 거라는 염원을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