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싼 값에 눈독 들인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처럼 군데군데 까무잡잡한 겉표지가 왠지 모르게 정겹다. 꼬깃꼬깃, 울퉁불퉁, 엄지손가락으로 책 사이를 빠르게 음미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지문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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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너는 아무 때도 타지 않았던 깨끗한 놈이었을 것이다. 꾀죄죄한 너를 보고서, 속절없이 흐른 세월을 어림짐작해본다. 저마다에게 꿈을 주고, 사랑을 주고, 위로를 주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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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히고, 할퀴고, 굴리고 굴려 나의 품 속으로 되돌아온 너에게 깊은 정은 주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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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너를 필요로 한 또 하나의 방랑자 손에 들어가게 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