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의 개구리

by 김현아

보아라 이 넓은 세계를

느껴라 터질 것 같은 설렘을

즐겨라 끝없는 모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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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교에 들어가고 보통 수준의 성적을 받아 회사에 입사하는 등 남들처럼 평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늘 한결같은 나의 인생관이었다. 도전, 열정, 모험, 호기심이라는 단어와는 꽤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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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바운더리 내에서 벗어나 보지 못한 나는,

나름 그 속에서 열심히 발길질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작고 동그란 범주 내에서 왔다 갔다 그 주위만 뱅뱅 맴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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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물 안의 개구리가 조금 한 틈을 발견해 발을 내밀어 처음으로 한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를 향해 헤엄치던 그 순간.


비행기가 이륙할 때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의 먹먹함과 심장의 간지러움은 단연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자 설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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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걷고 걷고 쉼 없이 걸어 신발 밑창이 다 달아 너덜거림과 동시에 발바닥마저 평발이 되어버린 것 같던 날.​


말이 통하지 않은 타국에서 영어, 손짓, 발짓 등 20년간 살면서 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란 모조리 끄집어낸 순간.​


교토의 무더운 여름날, 샤워기를 틀자마자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듯 정수리의 수도꼭지가 힘차게 땀줄기를 내뿜어 온몸이 젖어버린 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 속 참기름이 터져 마지막 날까지 괴롭혔던 멘붕의 순간.​


편의점에서 일본 할머니와 거스름돈을 같이 세면서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 웃으며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던 날.​


중국어를 사용해서 처음으로 현지인과 직접 대화하고 표를 끊어 지하철에 발을 드린 순간.​


중국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도저히 견디지 못해 향수병과 죄책감을 한가득 실어 혼자 야간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날.

삿포로의 혹한 추위가 너무나 매서워 소매에서 손끝만 살짝 드러내 구글 지도 앱에 의지했던 날.​


이제야 모든 길이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던 찰나에 돌아가야만 했던 아쉬운 귀국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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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이 한 대 섞여 기억의 한 조각으로 생생히 자리 잡고 있다. 감히 모래알 같은 나의 존재를 하염없이 일깨워주는 시간이었으며 어디에서 왔는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과의 부대낌, 오히려 그 낯선 감각에서 친근함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 구구절절 소개하지 않아서 좋았다.


여행하는 그 순간만큼은 빗물에 말끔히 씻겨 떠내려가는 먼지처럼 온 갓 스트레스와 걱정이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졌다. 그 속에서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본연 그대로의 나 자신을 드러내고 받아주는 여행자의 길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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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자.

이 단순한 말이 여기까지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