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을 먼저 떠올렸다

- 제1부 홋카이도로 가는 길

by 세상의 창

[제4화]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을 먼저 떠올렸다 – '유키구니 데 앗타'


눈 덮인 홋카이도 방문에 앞서 제일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소설 <설국(雪國)>이란 것을 앞에서 말씀드렸다.


물론 <설국(雪國)>은 배경지가 홋카이도가 아닌, 일본 니가타현을 배경으로 한 소설.


일본 여행에 앞서 소설 <설국(雪國)>을 다시 한번 읽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夜の底が白くなった。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고쿄-노 나가이 톤네루오 누케루토 유키구니 데 앗타)


소설의 첫 문장이 너무나 강렬하게 내게 다가왔다.


마치 내가 기차에 타고 터널을 지나 낯선 곳, 홋카이도의 어느 도시에 막 다다른 느낌을 주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은 겨울을 소재로 한 작품이거니와 그는 이 소설로 일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되었다.


1968년 노벨위원회는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한 이유를 이렇게 요약했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일본인의 마음 정수를 표현하는 탁월한 이야기 서술 능력(narrative mastery)”

“for his narrative mastery, which with great sensibility expresses the essence of the Japanese mind”


또한, ‘그의 글쓰기가 단순한 서구형 소설 기법을 넘어, 일본의 전통적 서정미(詩情)와 회화적 감각— “자연과 인간 존재의 덧없음, 슬픔과 고요 속의 아름다움” —을 섬세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을 높게 보았다’라고 했다.


이렇듯 <설국>은 일본적 정서와 미학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온천 마을을 배경으로 게이샤 고마코와 요코, 그리고 주인공 간의 일상과 묘한 분위기가 일본적인 관점의 서정적인 표현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직접적인 서사 없이도 소설 속 감성의 세계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소설 <설국>의 첫대목과 관련하여 생각나는 유사한 나의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릴 적 교통의 오지였던 시골에서 서울 오기 위해서는 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갓 개통된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대관령을 넘을 때 고속버스 안내양들이 건네던 멘트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여러분, 저희 XX고속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지금 대관령 아흔아홉 굽이를 돌아…”

“잠시 후 급커브가 이어집니다. 안전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시고,…

대관령 정상에 잠시 정차합니다. 바람이 차니 얇은 옷은 걸치시고 10분 뒤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겨울 대관령 길에는 눈이 온 산을 덮고 있어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 눈을 가득이고 있는 나뭇가지들은 너무도 예뻐 보였다. (저 눈꽃 좀 보래!)


버스는 힘겹게 눈 덮인 대관령 길을 구불구불 기어오르고, 때로는 승객들을 한쪽으로 쏠리게도 하였다. ‘이러다가 버스가 구르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인 기억이 있다.


‘오늘도 무사히!’ 고속버스 기사와 똑같은 심정으로 무사히 고개를 넘기를 바랄 수밖에.


다행히 버스가 고개를 통과하여 휴게소에 도착하고서야 승객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버스에서 내려 조금 전까지 힘겹게 달려온 눈 덮인 대관령을 내려다본다.


발아래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눈 덮인 대관령 길, 고개를 넘자마자,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유키구니 데 앗타'('눈의 고장이었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통해 나는 가와바다 야스나리 소설 속의 ‘일본적 정서와 미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거기서 어릴 적 나의 가슴을 뛰게 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와바다야스나리#설국#노벨문학상#홋카이도#영동고속도로#대관령#대관령아흔아홉굽이#새로운세상

토요일 연재
이전 03화홋카이도를 일본 여행지로 낙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