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오 년 난희
사십팔 년 성희
오십 년 경희
오십삼 년 광혜
오십오 년 해숙이
오십팔 년 기홍이
육십 년 지연이
혹여나 자식들 나이 이름 잊을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첫째부터 막내까지 줄줄이
주문처럼 소리 내어 외시던 장모님
딸 내리 다섯 낳고
딸부자 소리 듣기 싫었을까
춘삼월 오기 전 어느 날
고추 달린 아들을 낳고 어깨를 펴셨다
이태 뒤엔 막내딸을 순산하시고
딸 여섯 아들 하나,
칠 남매 어머니가 되신 장모님
자식들 잘 자라 저마다 둥지를 틀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 위해
부처님 오신 날마다 장모님은
봉은사 찾아 일곱 자식
일일이 이름 적어 연등 올리셨고
자식들 모이는 날은 몰래 숨겨두었던
노래를 꺼내 부르신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자식들은 사는 내내 기쁨을 주고
즐거운 추억을 주었지만
아흔 다섯 해를 사신 장모님은
더 이상 일곱 자식 이름 나이를
외울 자신이 없으셨는지
어느 여름날 혼자서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