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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경 Jan 23. 2023

불안이라는 감정 파헤치기, 지금 불안하다면?

불안 - 알랭드 보통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거의 대부분 불안이라는 불편한 감정이랑 함께 살아가고 있는것 같은데요. 이 불안이라는 감정은 참 불편한 감정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감정이라고도 이야기 해요. 예로부터 불안함을 느껴야 먹을 것을 미리 챙겨두고, 맹수로 부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등의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는 생존과 관련된 어찌보면 중요한 감정 이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꼭 필요한 감정이었던 불안은 현대 사회로 넘어어면서 부터는 생존의 법칙을 벗어나 우리를 시도때도 없이 괴롭히는 감정으로 변하게 됩니다. 맹수의 위협을 당할 일도 없고, 먹을 것이 넉넉하게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왜 시도때도 없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불안에 시달리게 된 것일까요? 


최근에는 23년 초반을 맞아, 팀 상무님에게 하는 셀 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각각의 업무 셀별로 각자 자신들이 23년에 어떤 업무를 진행할건지에 대해 보고를 하는 자리 였는데요. 윗분들에게 보고를 앞두고 다들 그렇듯이 두근두근 긴장되고 걱정하는 그런 감정들이 뒤엉키며 불안함 이라는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해도 중요한 미팅을 앞두거나 어려운 과제 앞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이 항상 따라붙게 되는것 같아요. 이와 비슷하게 내가 신규 부서에 들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에도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구요. 내동기가 나보다 일찍 진급했을 때나, 집을 사서 크게 올랐다는 소식등을 들었을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렇듯 불안은 크게 인정욕구(내가 제대로 인정 받고 사랑 받을 수 있을까?), 통제 불가능한 상황(어떤 일을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그리고 무리속 뒤쳐짐(내 동료 주변 사람들 중 누군가가 한 발 앞서감)을 느낄때 '불안'이란 감정을 만나게 되는 거더라구요.


그런데 이 불안이라는 것은 공포와는 다른 감정임에도 우리는 종종 불안과 공포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기시미 이치로의 '불안의 철학'에서는 불안과 공포의 구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합니다. 결국 특정 대상이 없이 막연하게 느끼는 불안이 공포보다 더 다루기 힘든 감정이라는 것이죠.


땅이 흔들리다가 진정되면 공포는 사라진다. 하지만 지진이 또 일어나진 않을까 하고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은 공포가 아닌 불안이다. 특정한 때에 일어나는 지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언젠간 또 지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지는 것이다. 퇴근 강도가 굉장히 센 지진을 경험해 심한 공포를 느꼈다면 그 이후엔 불안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공포와 불안 중 어떤 감정이 더 대처하기 어려울까. 바로 특정 대상이 없이 막연하게 느끼는 불안이다. 이런 불안은 본래 없어도 되는 감정이지만 줄곧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다.

 <불안의 철학 - 기시미 이치로>


그렇다면 우리는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공포보다 더 대처가 어렵다는 불안이라는 녀석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불안의 원인을 제대로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직장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의 질이 확연히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불안의 원인에 대해 먼저 파헤쳐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알랭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을 통해 불안의 원인을 크게 5가지로 규정하고 있어요. 1) 사랑결핍, 2) 속물근성, 3)기대, 4)능력주의, 5)불확실성이 그 원인들입니다.



1) 사랑결핍: 우리가 원하는사랑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바로 성적인 사랑, 누구나 인정하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랑, 바로 세상이 주는 사랑도 있는데요. 이는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않고 보통 은밀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로 치부되기 쉬운 감정이에요. 입에 올린다 해도 비난하거나 조롱할 때인 경우가 많으며 그런 사랑은 질투심이 많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들의 관심거리로 여기구요. 그러나 이 두 번째 사랑은 첫 번째 사랑 이야기 만큼이나 강렬하며 복잡하고 중요하고 보편적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세상에 대한 사랑 갈망에 따른 결핍감은 불안을 야기하는 첫 번째 원인이 됩니다. 즉,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세상아~ 나에게 관심 좀 줄래?" 하는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 것이죠. 인정 욕구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2) 속물근성: 애기 때 받은 사랑과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원하지만, 사회에 나와서부터 나의 지위, 나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게 되자나요. 이런 경우 '이 사람이 내 돈때문에 나에게 접근하는 걸까?' 등등의 무의식적 불안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3) 기대: 동등한 위치,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고 해요.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하며 그 집단 중에 누군가가 튀거나 앞서나가는 경우, 그들이 우리의 기대치를 뛰어넘을 때, 막연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보통의 우리가 연예인이나 재벌들을 크게 질투하지는 않잖아요. 내 친구, 동료가 벼락부자가 된 것을 보았을 때, 속이 쓰린 느낌에서 오늘 불안감 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4) 능력주의: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부와 가난이 자신의 실력에 따른 결과로 치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은 나에게 수치심이라는 모욕이 될 수 있는 것이구요. 능력주의 세계에서 가난은 부끄러움이 되기에 그것에 대한 불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구요. 


5) 불확실성: 사랑에 대한 우리의 요구에는 변함이 없어, 유아 시절과 비교해봐도 줄어든 것 없이 꾸준하고 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요구와 세상의 불확실한 조건 사이의 불균형은 지위에 대한 불안을 끈질기게 들쑤시는 다섯번째 이유가 된다고 해요.

제임스 애벗 휘슬러  <녹턴: 배터시 강>

결국, 우리가 불안을 느끼게 되는 다섯 원인을 종합해 본다면,

결국, 앞서 이야기 했던 부분과 비슷해요. 1)사랑결핍 2)속물근성 4)능력주의는 결국 인정욕구에서 출발한 것이고, 5)불확실성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불안을 말하는 것일테구요. 3)기대의 경우는 남이 나보다 앞서나갈 때 느끼는 불안인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는 중요한 사람이고 세상의 관심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 사회 체제에서 어느정도라도 인정받는 지위와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 사회의 지배계층이 선호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만이 관심을 독차지 하게될 확률이 크겠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그 조건들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남들에게 뒤쳐질까봐 초조함을 느끼며 고군분투 하게 되는 것이구요. 그렇게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면서 세상의 불확실한 조건에 까지 맞서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구조인 것이죠. 그 와중에 나와 같은 집단의 사람들이 나보다 앞서가는 모습을 보일 때, 부와 지위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불안은 증폭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결국, 불안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회체제 속의 성공의 가치의 기준에 맞춘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 돋보이는 존재가 되어, 남들에게 사랑, 관심 그렇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P21


그렇다면, 이 불안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예술을 통한 위로)

알랭드 보통은 자신이 세상이 추구하는 조건을 가지지 못해 사랑받지 못하고,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떄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글을 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철학, 문학,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 삶의 허울을 걷어내고 보다 진솔한 세상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되었거든요. 철학은 이성이라는 상자를 통해 세상의 통념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줄 수 있어요. 세상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말이 참이 아니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거든요. 그런식으로 철학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문학의 경우 부자, 완벽환 외모, 능력자들이 주인공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약자가 현명할 수 있고, 더 매력이 넘치기도 하고 도덕적으로 선인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현실 세계에서는 하찮아 보일 수 있는 존재들을 돋보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요. 충고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깨닫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구조라서 더 매력적이구요. 

예술 역시 마찬가지에요. 미술 같은 경우, 실제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이 있을 때 그림으로 그 대상을 그리면, 공포의 막연함이 사라지면서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두려움 뿐 아닌 고민, 상처, 우울등 이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치유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거든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 역시 공감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구요.


인생은 과제가 아닌 여행

기시미 이치로는 '불안의 철학'에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해요. 독창성 있고 색다른 인생을 살아가려면 '타인의 기대'나 '세상'이라는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세상이 추구하는 성공의 가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이부분에서 알랭드 보통의 '불안'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보는 거에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 여기면서, 꼭 무언가가 되거나 이루지 않더라도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결국 우리가 인간이라면 중요하게 추구하는 무조건적인 인정 욕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인거 같아요.


인생을 에너르게이아로 볼 수 있게 된 데다 자신의 가치를 무언가를 달성하는 데서 찾지 않아도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인생이 완성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P135


삶은 '진화'가 아닌 '변화'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해도 그때그때 사람들의 모습은 전부 살아 있으며 결코 우열이 아니다.  <불안의 철학 - 기시미 이치로>


나만의 기준으로 진정한 가치 찾기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났을 때 받았던 사랑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회에서는 그런 사랑을 받기 힘든게 현실이죠. 우리는 누구에게나 따듯한 눈빛과 사근사근한 대답을 듣고 싶잖아요. 이런 인간의 성향은 애정 결핍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 사랑 구걸이 시작됩니다.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죠. 그런 과정에서 끝없는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구요. 특히 내가 나의 집단에서 누구보다 앞서나가 더 사랑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그렇게 타인의 세속적인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쉽게 상처받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진정한 가치가 아닌 그 당시 사회의 지배계층의 가치일 뿐입니다. 진정한 가치는 철학과 고전등 예술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진정한 가치들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과 고전을 통해 진정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불안한 상황에서도 평정을 찾을 수 있고, 남들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나만의 기준을 만들고 진정한 가치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과 고전을 소개하는 것이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구요. 더 많은 좋은 작품 소개 해야 겠다는 의무감이 들기도 하네요. ㅎㅎㅎ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좋은 작품을 함께 읽으며 극복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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