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20분, 2시간 독서를 포기하고 얻은 것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하엘 엔데가 가르쳐준 10년 독서의 비밀

by 송민경

"매일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서 2시간씩 책 읽으세요."

만약 누가 이렇게 말했다면, 나는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 완벽주의라는 함정

첫 달, 나는 완벽한 루틴을 꿈꿨다.

매일 새벽 4시 20분 기상

2시간 독서

1시간 글쓰기

그리고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월요일: 성공
화요일: 성공
수요일: 1시간만 독서
목요일: 30분만 독서
금요일: 알람 끄고 다시 잠
토요일: 포기

'역시 난 안 돼. 의지가 약해.'

그렇게 작심삼일을 반복했다. 회사 헬스장은 등록해놓고 가지도 못했다.

매번 '이번엔 다르다'고 다짐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르쳐준 것

그때 읽은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하루키는 매일 달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그는 말한다.

"달리는 동안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공백의 시간을 가지려고 달린다. 그 공백이 쌓여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문장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누구에게도 승부를 걸지 않는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매일 달린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어제의 나를 오늘 조금 넘어서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완벽한 루틴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어제의 나를 오늘 조금만 넘어서면 되는 것.


# 하루 10분의 발견

그래서 나는 목표를 바꿨다.

"매일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서 2시간 독서"가 아니라

"매일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기"

일어나서 뭘 하든 성공이다. 책을 10분만 읽어도 성공. TV를 봐도 성공. 커피만 마셔도 성공.

처음엔 정말 10분만 읽었다. 아니, 5분만 읽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일단 앉아서 책을 펼치면 10분이 20분이 되고, 20분이 30분이 되었다.

어떤 날은 여전히 10분만 읽고 끝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일단 일어나서 책을 잡고 있으니까.


# 세상에 대한 호기심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10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

나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왜 사람들은 저렇게 행동할까? 저 사람은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나는 왜 이렇게 공허할까?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일까?

책은 그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친구였다.

매일 챗바퀴처럼 반복되는 회사 생활 속에서 공허함을 느낄 때,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었다.

시간 도둑에게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바쁘다는 핑계로 진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던 나의 이야기였다.

모모는 내게 물었다. "너는 진짜 시간을 가지고 있니?"

그 질문 하나로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https://blog.naver.com/twinkle0904/222166465693


# 문학이라는 선물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은 재미가 있었다.

어쩌면 감성이 메마를 수 있는 일상에서

고전 문학 대가들의 감정적인 터치와 삶에 대한 성찰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책을 끊을 수가 없었다.

빅토르 위고의 장엄한 문장은 내 마음을 울렸고,

헤르만 헤세의 내면 탐구는 나를 깊이 들여다보게 했고,

카프카의 불안한 시선은 현대인의 고독을 드러냈고,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철학은 나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묻게 했다.

삶을 통찰하는 작가들의 각기 다른 시선이 너무 흥미로웠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이렇게도 다르게 볼 수 있다니.

한 사람의 인생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삶을, 책 속에서 간접적으로 살아볼 수 있었다.


#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신기하게도 생각이 정리되었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던 생각들이, 글로 쓰는 순간 명료해졌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게 내가 느낀 감정이었구나.'

그리고 그 정리된 생각은 나의 정신에, 결국 나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

《모모》를 읽고 쓴 글은 나를 시간 도둑으로부터 지켜주었고,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쓴 글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용기를 주었다.

책이 나를 바꾸고, 바뀐 내가 삶을 바꿔갔다.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하니, 10년 후 다시 읽어도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 아직도 배고픈 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책이 좋다.

아직도 못 읽은 책들이 너무 많다.

읽고 싶은 작가가 계속 늘어난다.

인생에 대한 배움이 고프다.

이 세상에는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이 너무 많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감정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후에도, 아마 나는 여전히 책과 함께할 것 같다.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매일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나를 상상해본다.

70살이 되어도, 80살이 되어도,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책을 펼치고 있을 것 같다.


# 유연한 루틴의 힘

그래서 나는 완벽한 루틴 대신, 유연한 루틴을 만들었다.

어떤 날은 2시간 독서를 할 수 있었고,

어떤 날은 회사 일정이 빡빡해서 30분만 읽었다.

어떤 날은 독서 대신 영어 공부를 했고, 어떤 날은 업무를 미리 준비했다.

주말에는 시간이 넉넉해서 3시간씩 읽기도 했고,

일요일에는 한 주간 읽은 책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매일 똑같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매일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난다는 것. 그것만 지키면 됐다.

호기심이 있으니, 책을 펼치고 싶었다.

궁금한 게 있으니,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의지로 하는 게 아니라, 호기심으로 하니 힘들지 않았다.

하루키의 말처럼, 어제의 나를 오늘 조금만 넘어서면 됐다.

어제 10분 읽었으면 오늘은 15분.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 10년을 지속하게 만든 한 가지

결국 나를 10년 동안 지속하게 만든 건 이것이었다.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책이라는 친구.
메마른 일상에 감정과 성찰을 선물하는 문학.
생각을 정리하고 삶을 바꾸는 글쓰기.

그리고 "하루 10분도 괜찮다"는 유연함.

거창한 목표도, 강한 의지도 아니었다.

그저 세상이 궁금했고, 책이 재미있었고,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었다. 그게 전부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규칙적인 반복 자체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반복을 지속하게 만드는 건 의지가 아니라 호기심이었다.

당신은 무엇이 궁금한가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그 답을 찾고 싶다면, 책을 펼쳐보세요.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호기심만 있다면, 10년은 금방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통해 발견한 것처럼, 나도 독서를 통해 발견했다.

매일 조금씩 쌓이는 것의 힘. 어제의 나를 오늘 조금 넘어서는 것의 기쁨.

그리고 그 반복이 만들어내는 삶의 변화를.


10년간 새벽마다 읽은 책들,

그 기록은 '새록초록한 독서' 블로그에 하나하나 남겨두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새록초록 새벽서재 :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혼자 시작하기 어렵다면, 새벽독서 모임과 함께해보세요. 함께 읽으면 더 즐겁습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주에는 솔직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새벽 루틴을 지속하려면 가족의 이해가 필요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이해를 어떻게 구했는지.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새벽 4시 20분, 10년의 기록>은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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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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