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유튜브가 아닌, 책을 선택한 이유
지난주, 워킹맘인 내게 왜 새벽이 필요했는지 이야기했다.
결국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회사에서는 마케터, 집에서는 엄마와 아내.
하루 종일 누군가의 역할을 하다 보면 '나'는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새벽이 필요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또 다른 질문을 했다.
"왜 하필 책인가요?" "유튜브나 강의는 안 되나요?"
맞다. 꼭 책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에게 책은 특별했다.
10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책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최근 일어나면 유튜브부터 찾게 되는 나를 보며 '아차' 싶었다.
새벽 기상 습관을 겨우 들여놨는데,
일어나자마자 멍한 정신에 넋 놓고 보고 있다 보면 바로 출근 시간이 되더라.
SNS 속 정보들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갈팡질팡하게 만들면서,
매 순간 어떤 구매를 자극하거나 생각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뇌의 보상 시스템을 연구하여 최대의 중독성을 발휘하게끔 혈안이 된 곳은 카지노나 게임뿐이 아니다.
바로 지금 가장 열을 올리는 것이 SNS 기업들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내 주변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네트워크화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나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실현함으로써
지구상 인간 약 3명 중 1명꼴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우리의 의식이 방황할수록 돈을 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건드리는 기능인데,
이를 개발한 저스틴 로젠스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 이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일부러 제한 시간을 설정했다고 한다.
이런 패턴의 매체들이 우리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며,
삶의 기준점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그들의 목적은 우리의 흥미를 끌어 돈을 벌려는 것인데 말이다.
조회수와 '좋아요'에 집착하며,
재미를 추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우리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우리의 학창 시절은 또 어땠나. 공부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하면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주입받았다.
그래서 막상 좋은 대학을 나오고 원하던 회사에 입사하지만, 그 이후 현타가 온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행복함을 위한 경로를 밟아왔지만, 정작 나에 대해서는 모른다.
어려서부터 해왔던 성취를 위한 삶이 나를 위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순간 방황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참고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릴 때는 부모님과 가까운 어른들의 이야기, 사회에서 요구하는 행복한 삶을 위한 스펙들.
지금 성인이 되어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각종 매체와 SNS.
"당신이 인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할 때 아주 적절한 순간에 아주 적절한 책을 들고 아주 적절한 부분을 펼쳐서 지금 당신에게 꼭 필요한 답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그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미하엘 엔데의 《엔데가 읽은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새벽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었고,
기록하면서 세간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는 조금 더 단단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의 교육열에 흔들리지 않았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꾸준히 건강한 습관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기도 했다.
(둘째 낳고 166cm에 63kg에서 현재 5년 이상 52kg 유지 중이다.)
지금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은 언제 어떻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질지 모르는 정보다.
하지만 몇십 년 혹은 몇백 년 동안 오랜 기간 유지되고 읽히는 책들은 다르다.
그래서 고전이 불변의 진리라고 하지 않나.
고전은 인생에 필요한 지혜들이 쌓인 책으로,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재정립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딱이다. 그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를 바꾼다. (물론 가성비도 훌륭하다.)
그레고리 번스의 《나라는 착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우리가 읽는 것이 곧 내가 된다. 책은 뇌를 바꾸는 가장 효율적인 매체이며, 독서는 뇌의 서사 궤적을 바꾸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책을 읽으면 우리의 뇌는 주인공의 입장에 투영된다.
감각 운동 네트워크에서의 변화는 우리가 읽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좋은 소설은 당신을 다른 사람의 몸 안에 넣어서 그들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 특히 당신이 읽는 이야기는 마음의 음식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듯,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일부가 된다.
그 기억들은 삶의 사건들을 해석하기 위해 동원되는 뇌의 모형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책만 읽으면 될까? 물론 책만 읽는다고 나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책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메시지를 짐작해보고,
내 삶 속으로 적용하며 생각을 확장하고, 의지를 가지고 행동까지 이어져야 한다.
쉬운 예를 들면, 운동할 때 작심삼일 많이 해봤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일주일에 3~4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하기 싫은 날이 많다.
이전에는 요가 강습 1년 끊고 10회도 못 가보고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생각하면 너무 아깝다.)
이 정도로 의지가 약했다.
물론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갈 수가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하면서 안 갔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을 읽고 변했다.
책 속의 '행복과 고통의 저울 이론'이 나를 변화시켰다.
저울 이론은 행복과 고통은 쌍둥이로 평소에 수평을 이루고 있다가
우리가 쾌락을 경험하면 저울이 쾌락으로 기울지만,
결국 저울은 균형을 유지하는 성질이 있어 다시 고통 쪽에 힘을 주며 평형 상태를 이루려 한다는 것이다.
힘든 운동을 할 때마다 이 구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고통이 나중에 엄청난 행복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건강한 고통을 견디는 힘이 되고, 어쩌면 더 기대하게 되었다.
이런 방향으로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일상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책 덕분에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https://blog.naver.com/twinkle0904/223274925337
박순영의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독서의 당면 과제는 결국 자극의 풍부함을 얻는 것입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소설에서 현실보다 더 큰 재미와 이해를 얻게 됩니다. 허구로 서술된 것이 실제 있는 대상보다 우리의 뇌를 강력하게 자극합니다."
"나의 뇌가 변하면 내가 바뀝니다. 여기까지가 독서가 주는 직접적 변화입니다. 바뀐 '나'가 내 삶을 바꾸어 나가는 것은 독서가 직접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가 할 일입니다. 독서만으로는 삶이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서만으로 '나'는 바뀔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식과 가치관을 파괴하는 책을 읽을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나는 책을 읽으며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야'라고 거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히려 불편한 자극을 받아들이려 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릴 때, 비로소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은 나를 바꿔주지만, 삶을 바꾸는 건 결국 나의 몫이다.
《도파민네이션》을 읽고 저울 이론을 알았다고 해서 운동화가 저절로 신겨지는 건 아니었다.
책이 지식을 줬다면, 행동은 오롯이 나의 의지였다.
하지만 그 의지를 끌어내는 힘 또한 책에서 왔다. 책이 나를 바꿨고, 바뀐 내가 의지를 냈고,
그 의지가 삶을 바꿨다. 책은 시작이었다. 가장 중요한 시작.
나 역시 성인이 된 이후, 아이를 낳고 나서 시작했다.
인생의 기로에서 문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단순히 쳇바퀴 돌리는 삶이 아닌, 지금부터라도 진짜 나로서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 보자. 읽을 시간 확보와 변화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10년간 새벽마다 읽은 책들,
그 기록은 '새록초록한 독서' 블로그에 하나하나 남겨두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혼자 시작하기 어렵다면, 새벽독서 모임과 함께해보세요. 함께 읽으면 더 즐겁습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주에는 '첫 달의 실패들, 그리고 재도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새벽 루틴, 처음부터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실패하고, 포기하고, 다시 시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새벽 4시 20분, 10년의 기록>은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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