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 한 잔부터 버피테스트까지, 나를 지탱하는 자동 시스템
많은 분들이 물어보셨다.
"새벽에 일어나면 뭐 하세요?" "시간을 어떻게 쓰세요?" "매일 똑같이 하세요?"
솔직히 말하면, 매일 똑같지는 않다.
10년 동안 수없이 루틴을 바꿨고, 실패했고, 다시 시작했다.
계절마다, 상황마다, 내 컨디션마다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핵심은 있다.
새벽 4시 20분,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
알람 소리는 최대한 작게 설정한다.
가족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
예전엔 알람이 울리면 한 번 더 자고 싶은 유혹과 싸웠다.
하지만 이젠 몸이 알아서 깬다. 10년의 습관이 만든 자동 시스템.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간다.
불을 켜지 않는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조용히 움직인다.
창밖은 아직 깜깜하다.
겨울엔 더 깜깜하고, 여름엔 조금 밝아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 한 잔을 마시는 것.
밤새 잠든 몸을 깨우는 의식 같은 것.
그다음은 올리브오일에 레몬즙을 섞어 마신다.
처음엔 올리브오일이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젠 손이 알아서 움직인다.
더불어 유산균도 챙긴다.
하루 컨디션을 좌우하는 작지만 중요한 루틴.
마지막으로 커피를 내린다.
캡슐 커피지만, 두유나 우유와 함께 마시면 충분히 맛있다.
가족들은 이미 이 새벽의 캡슐 소리에 익숙해졌다.
커피 향이 퍼지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엔 간단한 운동 루틴도 하나 추가됐다.
폼롤러로 10분 정도 배와 장기를 마사지해주고,
버피테스트 30개를 10회씩 3세트.
거창하지 않지만, 몸이 확실히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소파에 앉아 책을 펼친다.
예전엔 주로 문학을 읽었지만,
요즘엔 그때그때 필요한 책을 읽는다.
투자 공부가 필요할 땐 주식 책을,
마음이 흔들릴 땐 자기계발서를.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는 출퇴근 시간에 윌라로 듣는 편이라,
새벽엔 조금 더 깊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된다.
오디오북은 그런 장르엔 정말 훌륭한 도구다.
조용한 새벽, 작가의 문장과 나만 있는 시간.
이 시간만큼은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그냥 나.
책을 읽다가 줄 쳤던 문장들,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적는다.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 에디터를 연다.
때로는 책 리뷰를, 때로는 새벽의 단상을, 때로는 아이들과의 일상을.
처음엔 완벽한 글을 쓰려고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쓴다.
생각나는 대로, 느낀 대로.
일주일에 5번 포스팅하려면 완벽주의를 버려야 했다.
대신 꾸준함을 선택했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키보드 소리만 또각또각 울린다.
집안이 조금씩 깨어난다.
아이들 나오는 소리, 남편이 화장실 가는 소리.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회사 가는 날은 간단히 먹고,
재택이나 휴일이면 조금 더 정성껏 차린다.
나만의 시간은 끝나고, 이제 가족의 시간이 시작된다.
물론 매일 이렇게 완벽하지는 않다.
아이가 아플 때는 새벽에 일어나지 못한다.
밤늦게까지 회사 일을 하고 나면, 다음날 알람을 꺼버린 적도 있다.
남편과 야식을 먹고 늦게 잔 다음 날은,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럴 때는 그냥 잔다.
억지로 일어나지 않는다.
10년 전 같았으면 '오늘도 실패했네' 하며 자책했을 텐데,
이젠 안다. 하루 이틀 쉬는 건 실패가 아니라 휴식이라는 것을.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것.
며칠 쉬었어도, 다시 4시 20분에 일어나면 된다.
그리고 이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한다.
겨울은 역시 가장 힘들다.
침대 밖이 너무 춥고, 창밖은 여전히 깜깜하다.
미리 히터를 켜두거나 두꺼운 가디건을 준비해두는 것도
다 이 싸움을 이기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다.
봄도 만만치 않다.
날이 풀리는 듯하다가도 새벽엔 여전히 쌀쌀하고,
나른함이 더해져 오히려 더 눕고 싶어진다.
반면 여름과 가을은 훨씬 수월하다.
여름은 새벽 5시만 되어도 환해지고,
가을은 선선한 공기가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해준다.
이 두 계절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눈이 떠지기도 한다.
완벽한 루틴은 없다.
처음엔 분 단위로 계획을 세웠다.
4:20 기상, 4:30 공복루틴, 4:40 책 읽기, 5:30 글쓰기~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가 갑자기 깨기도 하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있고, 급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이젠 큰 틀만 정해놓고, 그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인다.
작은 습관부터 시작한다.
새벽에 일어나 2시간 동안 뭔가를 하려고 하면 부담스럽다.
그냥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다음엔 책 한 페이지 읽기.
그다음엔 짧은 글 한 줄 쓰기.
작은 것들이 쌓여서 루틴이 된다.
쉬는 것도 루틴의 일부다.
매일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지친다.
하루 이틀 쉬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것.
10년이 지난 지금도, 새벽 4시 20분 알람이 울리면 여전히 설렌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오늘 하루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벽은 누구나 누릴 수 없는 진정한 나만의 시간 이니까.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그 시간이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나를 지탱한다.
당신의 새벽은 몇 시인가요?
꼭 4시 20분일 필요는 없다.
5시여도, 6시여도 밤이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당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지키는 것.
작게 시작해보세요.
내일 아침, 평소보다 30분만 일찍 일어나서
좋아하는 음료 한 잔, 좋아하는 책 한 페이지부터.
10년간 새벽마다 읽은 책들,
그 기록은 '새록초록한 독서' 블로그에 하나하나 남겨두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혼자 시작하기 어렵다면, 새벽독서 모임과 함께해보세요. 함께 읽으면 더 즐겁습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주에는 '새벽을 지키는 밤의 준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좋은 새벽은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는 것을요.
<새벽 4시 20분, 10년의 기록>은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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