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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May 26. 2024

연인 중개 시스템 V.2

갈수록 평행해지는 그들.

 우리반에는 공식 커플이 존재한다. 개학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3월부터 눈이 맞아버려서 대화를 하게 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달달한 닭살 커플로 거듭났었다.그리고 현재 그들은 파멸을 향한다.


 때는 3월달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3월 중순 즈음에 우리반에서 커플이 탄생하였다. 서로 대화를 하게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서로 운명이라고 느낀 것인지 어느날 사귀게 됐다고 남자아이가 말을 했었다.(남자는 철수, 여자는 유리라고 부르겠음)

 4월까지만 해도 소위 부르는 닭살 커플이라는 존재였다. 우리 학교는 역사 수행평가로 박물관에 다녀온 후에 답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인데, 우연히 내가 박물관에 가던 길에 서로 손을 잡고 머리를 서로 기대며 걷는 모습을 볼 정도로 꽤나 서로를 좋아하는 듯 했다.

 항상 철수가 다른 여자와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장난삼아 유리에게 말을 했었다. 

 "철수가 다른 여자랑 있는데 질투 안나?"

 이 말에 대한 유리의 대답은 항상 이미 철수는 내 것인데, 상관있느냐고 말을 했었다. 어찌나 닭살이 돋던지, 그 말을 듣는 내가 다 부끄러워지는 듯 했다.


 시간은 점차 흘러서 서로에게 이제 설렘은 줄어들고 익숙해진 듯 보였다. 서로가 자신의 연인이라는 사실에 이제 어느정도 자각이 생기고 마치 몇 년은 사귄 남녀처럼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한 존재, 내 옆자리에 위치해 있는 것이 당연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나와 우리반 아이들은 아마 그때까지는 확신했을 것이다. 이 커플은 결혼까지 가리라고.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한번 사건이 터진 적이 있었다. 일단 해당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둘 사이의 스크래치가 나기 시작했었다. 철수의 장점을 하나 뽑자면 여유였다. 그러나 단점을 뽑아도 여유였다.

 살짝 얼빠진 면이라고 해야할까? 철수의 매력 중 하나는 얼빠진 모습이었다. 허나 그게 매력이 되려면 적당해야 한다는 것은 아마 누구든 알 거이다. 그러나 철수는 그 정도가 지나친 편이었고, 유리는 그런 철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참이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


 아마 5월 초의 일이었을 것이다. 유리가 점심시간이 끝나기 3분 정도 전에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나간 적이 있었다. 본래 우리가 아는 남자친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뛰쳐나가 어째서 우는 것이느냐고 위로르 해주던지, 혹은 무슨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주는 것이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철수는 달랐다. 반에서 친구들과 게임만 주구장창하다가 점심시간 이후 5교시가 시작되었을 때도, 철수의 옆자리가 유리임에도 불구하고 반의 다른 여자애가 말해주기 전까지 유리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만사에 태평한 것이 철수의 장점이었으나, 여기서는 역효과를 미쳤다.

 늦게라도 소식을 접했으면 연락을 하든 간의 조취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철수는 지금 수업시간인데, 이따 뭐 알아서 들어오겠지라는 태도로 시종일관 유지하였다. 그리고 아마 이 날부터 관계의 금이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불화의 가장 큰 시발점이 있다. 금요일이었다. 철수는 학교가 끝나고 잠시 데이트를 하자고 유리에게 연락을 했었다. 그리고 유리는 그 말을 듣고서는 학교 정문에서 40분이 넘도록 기다렸다. 그러나 철수는 행방을 드러내지를 않았다. 알고보니 철수는 집에 이미 간 것이었다.

 철수는 나와 같은 기숙사생이었다. 금요일은 조기퇴실을 하던 날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잠시 학교 근처 부지나 돌자고 유리에게 말했던 것인데, 철수의 예상보다 부모님이 빨리 오셔서 집에 가게된 것이었고, 철수는 바로 유리에게 연락을 했으나, 메신저 앱의 문제로 메시지가 보내지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 일은 따지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특히 철수의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만도 하다. 따라서 내가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서로의 중간에서 중개를 하며 화해를 하도록 유도를 했다. 처음에는 화해를 어찌 잘 한줄 알았으나, 유리는 자신이 돌려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철수에 태도에 대해 화가 났다. 그리고 이 날부터 철수와 유리의 사이는 냉전이 되었다.


 어느정도 지났을까, 철수에게 요즘 유리와 잘 지내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가 말하길, 곧 헤어질 것 같다고 답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반을 대표하는 커플인 만큼, 이 둘이 만약 헤어지게 된다면 반이 분위기는 바닥을 향해 내리꽂기 마련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적어도 1년 동안은 헤어져서는 안되는 커플이었고, 모두가 이 두 녀석의 축복을 기원할 만큼 반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끌어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철수에게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나는 직감했다. 더 이상 얘네의 관계는 좋게될 수 없었다.


 서로의 사이가 나빠지며 어쩌면 당연하지만 대화의 수가 줄어들고, 이제 서로가 만나는 일은 연인이라는 이름의 명목 때문에 만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반 아이들도 처음에는 잘 몰랐으나, 슬슬 이제 두 녀석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게되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3일전의 일이다. 둘이 만나서 방과후에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해당 자리에서 유리는 철수에게 너가 더 이상 날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는데 그게 맞느냐고 물었고, 철수는 그 질문에 그런 것 같다, 더 이상 널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다라고 대답하며 이어서 말하기를 지금 이 자리에서 좋게 헤어지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 말에 유리의 대답은 기말고사 전 까지만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고, 철수는 이미 마음을 확고히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딱 다음주까지만 시간을 갖자고 딱 잘라말하였다고 한다. 오늘은 거기서 막을 내리려다가 마지막으로 철수가 유리에게 물었다고 한다. 헤어지면 친구로 남을 수 있느냐고.


 우리 담임선생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말씀이 있다. 반에서는 제발 연애를 하지 말고, 연애를 할 것이라면 딱 두가지만 지키라고 했다. 앞으로 1년 동안은 헤어지지 말거나, 헤어져도 친구로 남으라는 것.


 철수의 질문에 유리는 너는 어떻냐고 물었고, 철수는 자기는 친구로 남을 수 있다고 하였으나 그 대답에 유리는 자기는 친구로 남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며 만약 짝꿍이 된다면 어떡할 것이냐는 철수의 질문에는 어색한 상태로 남아야지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날은 그렇게 해산하고 아직 헤어지지는 않았으나 그 둘은 절망을 걷고 있었다.


 나는 그 둘사이에서 중개를 하며 어떻게 해서든 헤어지지 않게 하려고 했다. 평소에 그들의 축복을 빌었을 뿐 아니라, 그들이 헤어진다면 우리반이 어떻게 변화활지를 상상했떤 데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나는 철수와 유리를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관찰 말고는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둘의 관계가 나의 일은 아니지만,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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