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개그맨? 친구?
2021년 6월, 티빙 콘텐츠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를 즐겁게 보던 중, 필자에게 큰일이 닥쳤음을 직감했다.
부승관, 그가 잘생겨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 이번 여름은 망했다. 아주 뜨거운 여름을 보내겠구나."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센스 있고 예능 잘하는 아이돌' 정도로 부승관을 생각하고, 그가 세븐틴 인지도 사실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에서 승관의 인싸적 모먼트, 케이팝 교수 모먼트에 반하다가 너무 잘생겨진 모습에 한 번 더 반한 것이다.
정말 뜬금없지만 이후 필자는 라섹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것이 부승관을 향한 마음을 키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라섹 후 눈을 뜰 수 없던 하루 동안 부승관의 과거 voice only 브이앱, "뿌스테라"를 몰아 듣기로 결정한 것이다. 뿌스테라에서 승관은 세상 별 얘기를 다 하는데, 예를 들어 중학교 시절 반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축구하던 썰, 학원에서 인싸인 척하다가 쪽팔렸던 썰, 학동사거리에서 여자친구의 '교차로'를 흥얼거리며 내적 댄스를 추었던 썰 등이 있다. 눈에 뵈는 것도 없는 와중 하루 종일 승관의 미주알고주알을 듣고 나니 그가 나의 둘도 없는 절친이라는 엄청난 과몰입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부정할 수 없는 덕통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그렇다. 승관을 수식하는 단어는 예능캐, 세븐틴 메인보컬, 자기 관리의 달인, 배구 덕후, 팀 내 막내라인 등정말 다양하지만, 그 무엇보다 필자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것은 “친구”같은 승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된 김에 98년생인 승관과 동갑인 필자가 생각하는 “친구 승관”의 매력포인트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부승관: "나 이거 나올 때 6학년이었잖아!ㅠㅠㅠㅠㅠ"
필자: "나는 5학년 ㅠㅠㅠㅠㅠㅠ"
-브이 라이브 Voice only 뿌스테라 中
필자는 승관과 동갑, 98년생 호랑이띠이다. 다만 승관은 학교를 한 해 일찍 들어가서 학창 시절 다른 98년생들보다 한 학년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98년생이든 97년생이든 부승관은 대부분의 90년 대생들과 엄청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능하다. 그는 우리가 추억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나누기 때문이다.
위 네모 속 뿌스테라에서 승관은 2009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이런 추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승관은 굉장히 디테일해지는데, 당시 신세경 배우가 추운 겨울날 피아노 가게에 들어가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라는 곡을 쳤다는 장면에 대해 꽤나 진심으로 설명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장면을 인상 깊게 보았던 필자는 같은 장면을 기억하는 동년배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울 따름이었고, 잠시나마 승관과 함께 과몰입하며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청하던 필자의 5학년 시절을 회상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너무 유명한 "부교수"로서 승관은 <We Remember K-Pop>이라는 브이라이브를 진행했다. 채팅창에 댓글을 남기는 팬들과 약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케이팝을 추억하는 방송을 한 것이다. 당시 모든 명곡들의 킬링 파트를 섭렵하고 있는 그는 비스트-Fiction 도입부 파트를 얼굴 각도까지 정확하게 재현해내고, 비스트-Shock 간주 부분에서는 흔들리는 음악방송 카메라를 따라 하며 우리가 열광하던 그 시절의 케이팝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노래에 담긴 자신의 개인적인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중학교 시절 여자 친구들이 다비치-8282를 장기자랑에서 정말 못 불렀던 기억, 원더걸스 팬인 원더풀로서, 티아라-cry cry가 발매되었을 때 두 그룹의 활동이 겹쳐서 좋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듣지 못했던 기억 등 케이팝 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경험들을 방송을 통해 나누었다.
이 방송에서는 캐럿뿐만 아니라 몬베베, 엔시티즌 등 현존하는 모든 케이팝 팬덤이 대통합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탁월한 선곡과 함께 모든 노래들의 킬링 파트를 정확하게 집어주는 그의 모습에 90년대생 케이팝 팬들은 열광했고, 승관은 케이팝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인정받아 케이팝 교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최근 공개된 문명특급 세븐틴 편에서도 부승관은 2021년 유행했던 모든 밈들을 표현하며 화제가 되었다. 적재적소의 포인트에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명장면을 재현하더니, SNL 주현영 기자를 성대모사하고, 환승 연애에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 연령층인 90년 대생들에게 또 한 번 공감대를 사게 되었다.
우리와 같은 것을 보며 신나하고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 마치 진짜 내 친구 같아서 미워할 수가 없는 것. 그것이 부승관이 가진 마성의 매력이 아닐까?
이러한 승관을 향한 필자의 마음은,
잘생기고 웃긴 데다 본업도 잘하고 열심히 살기까지 하는 동년배 친구가 앞으로도 더욱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결혼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