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학식, 청년의 식탁이 흔들린다

대학 복지 인프라의 위기와 추억이 되어버린 ‘천 원의 행복’

by 상식살이

대학 캠퍼스를 떠올릴 때 학생 식당은 빠질 수 없는 공간이다. 강의 사이 짧은 시간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동료들과 일상을 공유하던 장소였다. 최근 이 정겨운 풍경이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에서는 20년 넘게 운영되던 양식 식당과 인문대 인근 분식 식당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외부 방문객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 있던 곳조차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식당 운영 종료나 시간 단축 소식이 들려온다. 새 운영 업체를 찾지 못한 공간이 동아리 라운지로 바뀌거나 장기간 공실로 방치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적 한계


학생 식당이 흔들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비용 구조의 변화다. 수년간 이어진 최저임금 인상은 조리와 배식 인력에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을 키웠다. 국제 원자재 시장과 환율 변동으로 인해 곡물, 육류, 식용유 등 주요 식재료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대량 조리를 통해 단가를 낮추던 '규모의 경제'는 판매량 감소와 함께 작동을 멈췄다. 음식을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고착화된 구조가 업체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과거 1~2천 원대였던 식사 가격은 현재 7천 원에서 1만 원 선까지 치솟았다. 대학가 인근 식당이나 배달 음식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셈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금액이라면 더 다양한 메뉴와 맛을 보장하는 외부 식당을 선택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배달 문화와 생활 방식의 변화


플랫폼 기반의 배달 문화는 학생들의 식사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학생회실이나 강의실 인근에서 여러 명이 음식을 주문해 나누어 먹는 문화가 일상화되었다.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미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학생 식당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용객이 줄어들면 품질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발길을 끊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일부 대학은 운영난을 타계하기 위해 기숙사생 대상 '의무식' 제도를 도입했다. 식권을 강제로 구매하게 하는 방식은 학생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사용하지 않은 식권은 환불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대학 측은 식당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설명하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단순한 식당을 넘어 복지 인프라로


문제의 본질은 학생 식당을 단순한 수익 시설로 보느냐, 필수 복지 인프라로 보느냐에 있다. 청년 세대의 생활비 부담과 식생활 안정이라는 공공적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대학생 비율이 높고 불규칙한 식습관이 건강 문제로 직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저렴하고 질 좋은 식사 제공은 사회적 안전망의 영역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유의미한 대안으로 꼽힌다. 비용을 분담해 학생들에게 천 원에 아침을 제공하는 방식은 현장의 높은 만족도를 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단기 이벤트를 넘어 안정적인 예산 구조를 갖춘 제도로 정착된다면 학생 식당의 운영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기제가 될 수 있다.


학식의 위기는 팍팍해진 청년들의 삶을 투영한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저렴한 한 끼'의 소멸은 단순한 추억의 상실을 넘어 사회적 과제를 던진다. 대학생의 식사가 개인의 선택과 부담으로만 남지 않도록 대학과 정부, 사회의 구조적 논의와 실질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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