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귀족이 상인의 돈을 비웃었던 이유

토지라는 이름의 훈장, 상업이라는 이름의 오명

by 상식살이

토지라는 이름의 신분과 노동을 향한 지독한 멸시


고대 로마에서 노동은 단순히 몸을 쓰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임금을 받거나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신분을 열등한 집단으로 규정했다. 노동자들이 비난받은 이유는 그들이 하는 일의 성격 때문이 아니었다. 타인에게 예속된 계급에 속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낙인이 되었다.


반대로 아무런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명사 계급은 도시를 이끌 덕성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찬양받았다. 로마의 노동관은 합리적인 철학이라기보다 강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가혹한 편향된 가치 평가였다.


벼락부자를 거부하는 세습 부자들의 논리


산업혁명 이전의 세계에서 상업은 오랫동안 가치 없는 행위로 취급받았다. 대대로 내려오는 토지 재산과 달리 상업으로 모은 재산은 뿌리 없는 신흥 부자들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세습 부자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보존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모든 악덕의 굴레를 씌웠다. 상인은 오직 남을 속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며 사치와 나약함을 퍼뜨려 사회의 기강을 해치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부의 완성은 오직 땅으로 증명된다


로마 시민의 가치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토지 소유였다. 막대한 현금을 거머쥔 상인이라 해도 땅을 소유하지 못하면 상류층의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돈벌이에 성공한 상인이 은퇴 후 시골의 땅을 사들이고서야 비로소 사회적 멸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토지가 아닌 재산을 낮게 평가한 풍토는 갑작스럽게 성공한 벼락부자를 향한 기득권층의 거부감을 반영한다.


오랫동안 경작지는 주요 재산이었고 농업은 가장 확실한 수입원이었다. 로마인에게 부자가 된다는 것은 곧 넓은 땅을 가진다는 의미와 같았다. 상업은 땅을 사기 위해 거쳐 가는 일시적인 과정에 불과했다. 토지는 삶의 목적 그 자체였으나 상업은 수단에 머물렀다. 이미 토지를 소유한 귀족이 도매업에 손을 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인생의 시작을 장사꾼으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자본의 출처보다 삶의 태도가 본질이다


로마인들이 보여준 지독한 토지 집착과 노동 경멸은 현대 사회의 시각으로 보면 불합리해 보일 수 있다. 자본의 규모가 곧 권력이 되는 오늘날, 재산의 종류를 따져 신분을 가르는 행위는 낡은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로마의 계급 갈등은 우리에게 '부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로마인이 토지에 집착했던 이유는 그것이 흔들리지 않는 전통과 사회적 책임감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 방식은 차별적이었으나 부의 원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 사회는 로마가 가졌던 눈에 보이는 신분의 벽을 허물었다. 자산의 액수보다 그 자산을 일궈낸 과정과 그것을 사용하는 철학이 한 개인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성공 뒤에 숨겨진 삶의 태도를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가 견지해야 할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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