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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집어진세계지도 Jul 01. 2021

2021 퓰리처상 - 경찰견이 흑인을 무는 이유

1 . 


2021 퓰리처상 ‘국내 보도’ 상은 미국의 형사사법 제도 관련 이슈를 취재하는 비영리 온라인 저널리즘 단체 ‘마샬 프로젝트Marshall Project’, 앨라배마 주 버밍햄의 주요 일간지인 ‘AL.com',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의 일간지 ‘인디스타IndyStar’, 시카고의 ‘인비저블 인스티튜트Invisible Institute’의 직원들이 수상했다. 경찰견(“K-9”)이 시민에게 끼치는 피해에 대해 1년에 걸쳐 조사했고, 이 조사 활동을 계기로 일부 주에서는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지기도 했다. 수상작은 총 일곱 편으로, 10월에 다섯 편, 11월, 12월에 각각 한 편 씩 게재되었다. (아래 기사 요약은 날짜순이 아니라 수상작 리스트 순서를 따랐다. 그 순서에 어떤 구체적인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2 . 


10월 1일자 기사는 취재 결과를 종합적으로 개괄하고 있다. 미국에서 경찰의 무력사용으로 인한 입원 원인 중 1위는 경찰견에 의한 교상(dog bite)이다. 매해 수 천명의 미국인이 경찰견의 공격을 받아 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고 있으며, 많은 경우 피해자는 무장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강력범죄가 아닌 범죄에 대한 혐의가 있는 사람이거나, 심지어는 용의자가 아니었다. 경찰견 운용에 대한 관리감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흑인 피해자의 비율과 해당 지역의 흑인 인구 비율 사이에 상당한 비대칭이 존재했다. 이러한 현실은 과거 흑인 노예, 60년대 흑인 인권 운동가들을 ‘사냥’하고 겁주기 위해 맹견이 사용되었던 역사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좌 : 기사 헤더 이미지 / 가운데 : 흑인에 대한 폭력의 역사 / 우 : 취재팀이 입수한 바디캠 영상 공개


10월 14일자 기사는 산책을 하던 중 경찰관의 통제를 벗어난 경찰견의 공격을 받은 무고한 흑인 여성의 피해 사례를 조명하면서, 경찰 및 시 당국의 무관심, 공무원 면책권 등을 이유로 관련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경찰견 훈련 및 운용에 대한 전국적인 표준(national standard) 및 추적 시스템(national tracking)이 부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10월 28일자 기사는 앨러배마 탈라데가Talladega 시의 경찰견이 연루된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그 배경에 일부 경찰 간부의 흑인 혐오가 작용하고 있음을 내부자의 증언 (“그들은 깜둥이를 물어뜯을 개를 원했다”) 및 바디캠에 담긴 경찰관의 웃음소리를 근거로 밝혀내고 있다.


11월 16일자 기사는 데이터 시각화 컨텐츠로 취재팀이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경찰견 피해 사례를 아카이브화 한 것이다. 텍스트와 비디오(바디캠 영상)가 혼재되어 있다. 10월 12일자 기사는 앨라배마 주의 여러 도시들의 사례를 취재한 것으로, 경찰견 사용에 대한 경찰측의 정당화 논리, 시 마다 다른 경찰견 운용 방식, 통제 미숙으로 인해 경찰견이 경찰을 물었던 사건 등을 소개하고 있다. 12월13일 자 기사는 경찰이 어떻게 상대를 복종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이른바 ‘통증 순응pain compliance’) 경찰견을 사용하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10월 10일자 기사는 5일에 한 번 꼴로 경찰견 공격 사건이 발생하는, ‘경찰견에게 물릴 확률이 가장 높은’ 도시 인디애나폴리스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발생한 사건 수는 전국 11개 주요 도시의 모든 사건을 합친 것보다 많지만, 대부분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경찰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모든 사람을 ‘심각하고 폭력적인 흉악범serious violent felon’으로 간주하는 인디애나 주 특유의 법률 조항 (따라서 경찰견을 단지 추적을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교훈을 주는teach a lesson’ 도구로 사용함), 경찰견을 공급하는 경찰견 훈련사의 훈련 철학 (사냥감을 쫓아가 물고자 하는 야생동물적인 본능이 다시 깨어나게끔 유도), 처음 경찰견을 도입하게 된 계기 (1981년, 총기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도입), 뉴욕 시, 워싱턴 DC, 시애틀에 비해 느슨한 운용방침 등이 그 배경 조건으로 언급된다. 취재팀의 취재로 인해 경찰 당국은 새로운 정책 초안을 작성하고, 새로운 방침을 내리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지만, 정작 전문가들이 지적한 주요 쟁점들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좌 : 전국에서 수집한 피해 사례 시각화 / 가운데 : 인종과의 상관관계 / 우 : 개가 피해자를 물고 있는 시간을 표시한 바디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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