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을 준비할 때 은행 본사 계약직에 합격하다

부족했던 자신감, 떨렸던 인수인계받은 날과 출근길

by Chatoyant

2022년, 30살이 되었다.
30대의 시작, 나의 전재산은 천만 원,
서울관광재단에서 근무하며 계약직임에도
세후 약 200만 원의 월급을 받았던 덕분에
한 달 평균 120만 원씩 CMA 통장에 저축했었고
다시 이만큼 모았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뻤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자산을 불리고 싶게 되면서
본격적인 재테크에 눈을 뜨고 주식을 시작했다.
주식은 잘못하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안전하게 한 종목만 장기투자하기로 결정했다.
10% 수익이 날 때까지 보유할 예정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금융권 공채 취업에 관심이 갔다.
초봉이 높은 편이기에 돈을 빠르게 모으면서도
여유 있는 삶을 살 것 같은 기대심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금융권 정규직 공채가 아니라면
내 인생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30대에 친구들보다 늦은 인생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초봉이 높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많은 돈을 벌어서 많이 저축하는 것이 답이라고,

학벌을 바꿀 수 없다면 취업만큼은 성공해서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직장에 다녀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것 같다.


그렇게 된 배경을 떠올려보면,

내가 첫 취업준비를 할 때인 2017년쯤이다.

공기업 취업스터디를 구해서 함께 공부하면

5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스터디원부터

세무사 자격증이 있던 스터디원도 있었는데

당시 나는 기업별 모의고사나 PSAT을 처음 접해서

같이 동일한 문제를 시간재고 풀면 많이 틀렸다.


이전까지 나는 내 학벌이 부끄러운 적은 없었다.

인서울 대학교에 최종합격하지 못해서 아쉬웠어도

수도권 대학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졸업했다.

하지만 이는 취업준비하면서 산산조각 났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내가 너무 초라했다.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내 자존감이었지만

근로복지공단과 서울관광재단 계약직 경험을 통해 스펙을 조금씩 보완하면서 작은 성취감이 쌓이자 자존감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맞이한 2022년 상반기,

금융권을 생각하며 기업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시중은행보다는 금융공기업이 더 끌렸는데

비교적 높으면서 안정적인 급여 그리고 정책금융 업무를 통해 보람찬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국 지사를 순환하며 근무해야 한다는 점은

그때 당시에는 크게 단점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내 스펙으로 서류합격이 가능한가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수도권 6명 40 배수였던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류전형에서 합격했다.

턱걸이 점수이긴 했는데 놀라면서 행복했다.

다만 경영학 단일 전공 금융공기업 대비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필기시험에서는 탈락했다.

전부 객관식이었는데도 난도가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 하반기에 필기합격하겠다고 다짐했다.

내게는 서류합격만으로도 의미 있었다.


2022년 하반기, 여전히 금융공기업을 원했고

가장 먼저 지원한 기업은 신용보증기금이었다.

제일 빠르게 하반기 채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논술로만 서류를 평가해서 기회라고 생각해서

처음으로 지원했는데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홈페이지에 계속 들어가서 합격창만 보았다.

그 정도로 기뻤다.

하지만 이번에는 필기 유형이 달랐고

첫 지원이라서 서류합격할 거라고 예상을 못했고

전공 약식 논술 준비가 부족해서 탈락했다.


분명 이전보다 자존감이 올라갔어도

자신감이 부족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보이기에 더 준비하고 싶은,

비슷한 상황이 반복돼서 지치면서도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들면서 또다시 고민했다.

익숙한 불안을 선택할지, 그냥 공부만 할지,

나는 내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농협은행 본사 계약직에 지원했다.


'국민주택채권과 주택청약상품 및 종합사무지원'

처음 들어보는 업무도 있었지만

나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이기도 했고,

당시 주택연금 명예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라서

여러모로 해당 업무들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계약직이어도 지원을 망설이지 않았다.


지원 결과, 서류에 합격했는데 면접도 합격했다.

밥 먹고 있을 때 합격 문자 받고 환호성을 질렀다.

나이도 많아서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고

압박질문도 많이 받았던 편이었기에

별다른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이다.

정규직 합격한 것처럼 너무 행복했다.


인수인계받으러 와야 한다고 해서 날짜를 정했다.

떨리면서도 걱정되었던 당일 아침,

채용 담당했던 과장님과 함께 부서 내 사람들에게

○○주임님 후임이라고 소개되며 인사를 하였고,

근무할 팀으로 이동해서

엄청난 긴장 속에서 인수인계 자료와 함께

곧 퇴사 예정인 ○○주임님에게 업무를 배웠는데,

2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그런데 인수인계 끝나고 점심 먹자고 하셔서

차장님 , 과장님, 주임님 등 총 6명이 함께 갔다.

중식당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선택해야 했는데

메뉴 고르는 게 고민될 정도로 긴장했다.

하지만 대화가 오가며 긴장감은 완화되었고,

첫 출근날이 조금씩 기대되었다.


막상 근무 첫날 출근길, 나는 굉장히 긴장했다.

인수인계자료를 전날까지 봤음에도,

인수인계받을 때는 분명 다 이해한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 새로웠던 것이다.


결국 30분~40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모든 게 조심스럽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녔다.

그래서 인수인계 자료를 또 열심히 보았다.

떨리고 긴장되는 시간이 흘러 근무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농협은행 본사에서의 근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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