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낭만, 성(性), 개성의 나라
개방의 나라
낭만의 나라
그렇다고 일본의 특유의 낭만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다. 후쿠오카의 신사에서, 나가사키의 골목길에서, 벳푸의 온천에서, 필자는 분명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꼈다. 신사에서 참배를 하는 무녀에게서(하카타 비진(미인)은 진짜였다. 아니, 필자의 눈에 일본 여성 대부분이 아름다웠다), 만화에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주택들에서, 온센(온천)의 녹슨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연기 속에서.
낭만은 분명 구시대적이고 느리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리고 일본은 그것을 현대와 어울러 잘 간직하고 있었다.
성(性)의 나라
다양한 신이 즐비한 민간신앙과 그에 따른 수많은 신사 및 각종 문화 때문인지 한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은 확실히 특이한 나라다. 특히 성 산업 부분에서 그러하다. 이는 일본의 습한 기후와 온천문화에서 유래된 것은 물론, 잦은 정복전쟁으로 인해 여성을 성욕구 해소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나쁜 짓 참 많이 한 나라 중에 하나가 일본이다. 그래서 일본의 문화 자체는 좋아하지만, 개인적, 정서적으로는 참 싫은 나라다).
후쿠오카의 나카스란 지역에 가면, 그 작은 섬안에 수많은 술집과 풍속업점들이 즐비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걸스바'다. 삽입된 사진의 아랫부분에 있는 여성들처럼 걸스바 홍보를 위해 '몇 분에 얼마'라는 간판을 들고 서있는 이쁜 옷차림의 여성들이 나카스 길거리에 쭉 서있다. 걸스바는 술집에 들어가서 얼마를 지불하면 몇 분 동안 그곳 직원 여성과 함께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나름 건전한 밤문화이다(물론 거기서 돈을 더 지불해서 2차를 가는 문제까지는 잘 모르겠다). 재밌는 점은 이 걸스바의 테마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머슬 걸스바, 메이드 걸스바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게 다양한 테마의 걸스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걸스바뿐만 아니라, 삽입된 사진의 간판처럼 남자 직원이 있는 호빠도 많이 있다. 물론 soap land라고 해서 여성 직원이 온몸을 사용하여 비누칠을 해주며 성관계까지 해주는 풍속업도 있다(약 1시간에 2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무료안내소'라고, 무료로 걸스바나 soap land를 고객의 취향에 맞게 소개해주는 안내소도 있다는 점이다.
개성의 나라
이렇게 신기한 밤문화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일본이 성매매를 부분합법으로 하기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을 존중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타쿠가 사회의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오타쿠 문화가 존재하고 인정받듯이 일본은 성 산업에도 개성을 존중해 준다. 항상 유행을 따라가고 남들 하는 거 다 해야 하는 한국문화와 다르게, 일본의 문화는 옷차림부터가 다양하고 그만큼 본인에게 맞는 개성이 살아있다. 예능도 그렇다. 유명인들을 띄워주기 위해 프로그램이 형성되고 자기들끼리 히히덕거리며 괜히 멋쩍은 웃음만 유발하는 '요즘' 한국의 고리타분한 예능과 달리, 일본의 예능은 진짜 개그맨들이 나와서 웃겨주고 기발하고 미친놈 같은 다양한 행태를 보여준다. 승용차는 또 어떤가? 경차를 타면 무시 아닌 무시를 하며 차는 곧 계급이라며 꼭 준중형을 고집하는 사회풍조를 지닌 대한민국과 달리, 일본인들은 도로의 실정에 맞게(우리나라 역시 도로나 골목을 생각해 봤을 때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아의 레이와 같은 경차를 사용한다.
남들 하니까 나도 해야 하고, 이거 안 하면 남한테 뒤처지는 것 같고, 다수와 다르면 이상한 인간이나 아싸로 취급해 버리는 눈치문화와 유행문화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은, 타인의 개성을 존중할 줄 알고 스스로의 개성을 사랑할 줄 아는 일본인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