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복서]는 2021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할 정도로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웹툰이다. 대중의 흥행을 얻기 힘든 스포츠 장르. 그것도 복싱을 소재로 만든 만화임은 물론, 진지충 틀딱이라는 말이 흔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가벼운 소비거리만을 찾는데 혈안인 현세태 속에서, 진지하고 무거운(솔직히 오글거리기도 하는) 내용의 소재와 대사, 뻔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기독교적 스토리를 담았음에도불구하고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떡밥회수, 입체적이고 반전적인 캐릭터 구축으로 인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단순히 주인공 3인방(유, 백산, 인재)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 것이 아니라, 먼치킨 주인공(유)을 중심으로주변 인물들의 삶을 그려내,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의견이 제시되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다. 그렇다 보니 복싱이라는 소재를 내건 스포츠 장르는 겉모습일 뿐, 사실상 [더 복서]는 드라마 장르의 만화이다. 각 인물들은 고통과 패배의 과정 속에서 성찰 및 깨달음을 통해 개인이 가진 아픔을 극복해 낸다. 한 사람의 복서로는 처참히 패배했을지언정,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승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인간)의 삶
사진 출처 : 네이버웹툰
[더 복서]는 주인공 유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들이 처절히 패배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천재인 백산, 노력파 인재, 심지어 천재에 노력파인 세계챔피언들마저도 줄줄이 그리고 처참하게 패배한다. 만화 스토리상 세계챔프 같은 대단한 이들이 패배하는 모습을 그렸을 뿐,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챔피언이나 천재가 아니라 작가가 매 에피소드마다 언급하는 패배와 인생이라는 키워드에 있다.
이 웹툰에서는 복싱이 소재이지만, 그것이 일이든 취미든 무엇이든 간에 소위 그 분야에 '타고난' 이들을 제외하고서 대부분의 인간은 승리보다는 더 많은 패배와 좌절을 경험한다(물론 타고난 이들도 패배한다).인생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데 유리한 것들. 이를테면 외모, 이성적 매력, 사회성, 공부머리, 재력, 운동신경, 대인관계술, 가정환경, 운 등이 선척적으로 타고나지않은 이들은인생의 난이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게 대부분 인간의 삶이다. 누구나 주인공처럼 살 수는 없고, 계속해서 불편하게 질척거리며 발버둥 쳐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더 복서]의 패자들 대부분이 맞고 죽었으면 죽었지 도망가거나 두려움에 시합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하나같이 자신의 의지로 끝까지 싸우거나, 자신의 의지로 경기를 중단하고 다른 가치 있는 것을 향해 나아간다.
불평등과 불안함, 불편함 속에서 질척거리며 살아가고, 계속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돌아서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할지 항상 확신할 수 없는 불안한 기로에 놓이는 것. 그것이 인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