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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Apr 20. 2024

수면의 행복

양질의 수면이 어려워진 디지털 시대

소등과 오침의 행복
사진 출처 : https://kabosu112.exblog.jp/12165747/

 군 복무시절, 필자는 수면과 식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를 몸소 체험했다. 잠과 밥을 반으로 줄이던 훈련소 시절은 당연하거니와, 실무배치를 받고 군생활을 할 때 역시 자고 먹는 것의 행복함을 크게 느꼈다. 티비를 보거나 축구를 하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게 없기 때문도 있었지만, 고된 업무와 무거운 위계질서에서 오는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큰 원인이었다. 식사야 짬이 차면서 익숙해지고 도돌이표 같은 메뉴에 질려갔지만, 수면은 언제나 행복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그전보다 분명히 신체가 건강해져서 돌아온다. 균형 잡히고 규칙적인 식사, 운동, 무엇보다 '수면'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등시간이 22시부터 6, 7시까지니까 8, 9시간을 자는 격이다. 스마트폰도 tv도 못 켜수면의 질을 낮추는 전자파의 방해도 없다. 청소와 점호로 인해 잠들기 1~2시간 전에 야식도 먹을 수 없어 소화기관의 부담도 없다. 더울 땐 에어컨 빵빵, 추울 땐 히터 빵빵 틀어준다. 민감한 선임이 있으면 바스락 거리지도 못하고 조용히 부동자세로 자야 하니 잠자기 최고의 환경인 것이다.

 또 밤새 근무를 서고 오면 오전취침(오침)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말 그대로 밤을 새고 나서 자는 거라 머리만 대면 바로 기절이고 눈 깜빡하면 깨는 엄청난 꿀잠이다. 당연히 근무를 안 서고 쭉 자는 게 최고이지만, 오침의 꿀맛과 오침으로 인해 오전 근무를 생략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오침은 꽤나 달콤한 것이었다.



수면의 중요성
사진 출처 : https://kabosu112.exblog.jp/12165747/

 강제복무였음에도 군생활이 좋았던 점 중 하나는 강제적이지만 질 높은 수면의 제공이었다. 자기 싫어도 제시간에 자야 했고 수면 환경도 훌륭했으며 수면 시간도 길었다(그러나 신기하게도 일찍 잤음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고역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군필자들이 느꼈겠지만, 군대를 갔다 오면 잔병치레를 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필자 역시 군복무를 하면서 허리디스크 통증이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전역 후 1, 2년 뒤 불규칙적 생활루틴과 안 좋은 자세로 인해 다시 통증이 재발했다). 이처럼 규칙적으로 신체의 전원을 꺼버리는 수면습관은 우리 몸 전체를 소독하는 것과 같다.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들도 이상이 생길 때, 전원을 끄고 다시 키면 웬만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인간이 죽어있는 유일한 시간은 잠을 자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인간의 신체는 최소한의 생명유지 기능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능을 꺼버리고 신체적 정신적 대미지를 치료하고 피로를 회복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최근 들어 봄이 시작되고 날이 따스해지면서 환절기 기관지 질병, 식곤증, 피로감 등으로 낮시간에도 잠이 쏟아지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먹고살기 위해 잠을 참고 일을 하고 밤늦게 매트리스에 누워보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수면의 몰입을 방해한다. 갑자기 군에서 경험했던 양질의 수면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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