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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Apr 26. 2024

성악설

선천적 악함을 다스리고 절제해야 한다

성악설을 믿는 이유
그림 출처 : 티스토리 1분생각

 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선한 생명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맹자의 말대로 나쁜 환경이나 물욕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인간의 본성이 선천적으로 선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자의 말대로 인간은 원래가 이기적이고 악하기에 예로써 그것을 바로잡는 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인간에 가까운 아이들을 보면 그 답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자기보다 작고 연약한 존재인 곤충을 괴롭히고 죽이는 일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재밌어서든 징그러워서든 아이들은 곤충을 아무 거리낌 없이 죽인다. 필자 역시 유년시절 마당에서 단순 '재미'를 이유로 수많은 개미와 작은 곤충을 죽였다. 머리가 조금 크고 중학생이 돼서야 필자는 이게 얼마나 잔인하고 생명체에게 죄스런 짓인가를 깨달았고 그 뒤로 생명체를 죽이는 일은 당연하고 자의로 생명체를 기르는 일도 멈추었다(물론 집에 나타난 바퀴벌레와 모기를 죽이는 일은 한다). 자연에서 잘만 살던 생명체를 내 욕심으로 가둬서 키우고 결국 죽인다는 게 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학생 때는 어떤가, 필자는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친구를 놀린 기억이 많다(물론 괴롭히거나 때리고 힘든 상황에 몰아넣는 등의 악질적인 짓은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면 안 됐었는데 인간적으로 참 미안하게 생각한다. 학교에 따돌림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피해자들이 또래들의 호감을 사지 못하거나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인간일지라도 이들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괴롭힘을 당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매년 매 순간 학교폭력은 존재하고 늘어만 간다. 자기보다 약한 자를 괴롭히고 깔보고 이용하기 바쁜 인간의 선천적 악함을 다스리지 못하는 가해자들 때문이다.

그림 출처 : 코메디닷컴

 인간의 기본적인 바탕은 악하지만, 사람마다 그 정도와 절제력이 다르다. 즉 전반적 본성은 악하되, 인간 개개인마다의 성은 또 다른 것이다. 수오지심, 동정심, 죄책감과 같은 감정은 외모나 재능처럼 인간 각자가 다르게 타고난다. 누군가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저 재미로 남을 괴롭히고, 누군가는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끼칠까 봐 조심스레 행동한다. 하지만 외모나 재능이 타고나면 세상을 살아가기 유리한 반면, 수오지심이나 죄책감이 타고나면 세상을 살아가기 불리해진다.

 왜일까. 언제부터인가 법을 지키고 질서를 지키고 배려를 하고 착하게 사는 것이 바보 같고 손해 보는 일이 잦은 세상이 되었다. 필자는 간의 본성인 악을 통제하고 절제시키지 않는 사회와 인간에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눈을 감고 넘어가고, 학연 지연 혈연 등을 이유로 불공평이 늘어나고, 자식의 잘잘못을 오냐오냐 넘어가고,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등 작은 악행들이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서 교권이 무너지고, 예절이 줄어들고, 질서가 흐트러지고, 결국엔 '선'이 '손해'가 되는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융통성 없이 살라말이 아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옳고 정직하게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그런 행동을 하게 됐을 때,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미안함을 표현할 줄 아는 양심 있는 사람, 역지사지를 할 수 있는 사람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늘어날 때, 비로소 인간의 선천적 악함이 절제되는 세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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