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는 계획대로, 인생 전체는 될 대로
노오력만이 다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복싱을 하면서 참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도전을 많이 해봤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느끼는 리스크도 컸기에 그 패배들은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교훈이 단순 글귀가 아닌 온몸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나보다 더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도전을 계속 이어나간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놀라긴 했으나, 그건 그 사람들의 삶이고 나는 나의 삶이기에 감히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의미로 또 누군가는 나와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뜻하는 대로 또 노력하는 대로 삶이 척척 흘러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까. 그런 사람은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 따위 딱히 공감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노력하면 뭐든 된다'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삶이 다르면 받아들이는 조언과 교훈도 다를 수밖에 없다. 꿈이니 목표니 하는 것들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꿈이나 목표를 세우고 정진했을 때 그것을 이뤄낸 극소수들은 말한다 "꿈이 있어야 한다" "목표를 가지고 정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꿈이나 목표를 가지고 정진했는데 그곳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에 대해선 이렇다 할 답을 해주지 못하거나 당신들의 "노오력"이 부족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성공했는가? 절대로 아니다. 재능, 환경, 타고난 자질과 성격, 주변사람, 운 때, 그리고 노력이 함께 작용해서 이뤄낸 결과물이다.
물론 꿈이나 목표를 세우는 것은 거기에 맞는 계획 및 행동을 통해 건설적인 노력을 해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모든 포커스가 꿈이나 목표에만 맞춰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꿈과 목표를 이뤄내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감과 패배감이 멀쩡한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꿈이나 목표를 세우는 것은 건설적인 노력을 해나갈 방향을 잡는 것일 뿐이다. 결국에 사회와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은 결과이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뤄내지 못했음에도 스스로만큼은 그 과정을 견뎌낸 본인의 노력과 시간들을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물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노력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또한 단순히 본인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운과 때와 환경이 맞지 않았음을 알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는 뜻대로, 인생 전체는 인연 따라
사주팔자나 운명이란 것이 정말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법륜스님은 이런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여기 개를 산책시키는 주인과 개가 있다고 해보자. 이때 개는 아무리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고 해도 결국엔 주인이 정한 루트를 벗어날 수 없게 되어있다. 하지만 개는 주인이 설정한 루트 내에서 앞뒤좌우로 줄의 길이에 맞게끔 움직일 수는 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개라고 할 수 있고, 사주팔자와 운명은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결국 인간은 전체적인 년이나 세월 단위로 볼 때 사주팔자나 운명의 정해진 루트를 벗어날 수 없지만, 아주 짧은 순간정도(하루, 주, 길게는 달)는 본인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더해서 법륜스님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지금 보면 참 안 좋은 일 같죠? 그게 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나에게 좋은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즉 인생이 뜻대로 안 된다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뜻대로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라고 말을 했다.
법상스님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모든 것이 본인의 노력 덕분입니까? 의지대로 이뤄집니까? 전혀 아닙니다. 다 때가 있어서 인연 따라 행해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안 되는 때가 있고, 아무리 하기 싫어도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게 안된다, 안되고 싶은 게 된다고 괴로워마십시오. 다 인연 따라 흘러가는 것입니다. 그저 무언가 원하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하되 안되면 실망하고 힘들어하지 말고 그냥 그만두면 돼요. 그래도 하고 싶으면 또 하면 되고. 최선과 노력은 원하면 하는 것이고, 안되고 되는 것은 다 인연 따라 흘러가는 것입니다."
스터디코드의 대표 조남호 왈 "우리가 뭔가 이뤄낼 때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예요. 나머지는 운이고 환경이고 상황이에요". 또 내가 좋아하는 이동진 평론가 역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인생을 성실히 살면 언젠가 어느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전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하루하루는 계획대로 노력할 수 있는 대로 살되, 인생 전체는 될 대로 살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인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 성실히 노력하는 것뿐이며, 결과는 인연 따라 행해질 뿐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