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조 지브리 OST FESTA 오케스트라
OST 사운드의 힘
대중적인 흥행과 더불어 명작이라고 불리는 영화들. 이를테면, [반지의 제왕], [쏘우], [인디아나 존스], [캐리비안의 해적], [올드보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영화들은 OST가 기가 막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뇌리에 잊히지 않는 OST를 담고 있다. 물론 명작임에도 OST가 별로인 경우도 있고, OST가 끝내주는데 영화가 흥행 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명작 영화들은 잊히지 않는 OST를 지니고 있다.
왜일까? 물론 영화 자체가 몹시 뛰어났기에 OST가 잊히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끝내주는 OST 덕분에 영화의 진가가 더욱 드러나 흥행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든 후자의 경우든 필자가 명확히 하고자 하는 점은 영상(연출, 스토리, 연기 등을 뭉뚱그려 영상이라고 표현하는 점을 양해부탁)과 사운드(OST)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명작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많은 영화들을 보고 또 몇 안되지만 촬영 및 편집을 해보며 느낀 것은 영상만큼이나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한 것이 사운드라는 사실이다. 적절한 장면에 적절한 사운드는 그 절묘함과 몰입도를 대폭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영화의 흥행과 인기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 사운드는 OST가 될 수도 있고, 대사가 될 수도 있으며, 지나치듯 울리는 짤막한 소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운드의 중요성은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특히 대중적 흥행이 필요한 상업적 작품이라면 특정 장면의 울림을 위해 사운드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하쿠의 이름을 떠올리며 공중에서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도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Reprise'라는 곡과 [너의 이름은]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을 비추던 앵글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며 울려 퍼지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곡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서 잊히지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다른 영화들 역시 OST가 울려 퍼지던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른다.
최근에 히사이시조가 만든 지브리 영화 속 OST곡들을 가까운 곳에서 오케스트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다녀왔다. 내 돈 내고 보러 간 오케스트라는 처음이라 매우 몰입해서 보았는데, 생각보다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활동적 율동과 지휘로 유명한 백윤학 지휘자 때문이기도 했지만, 각종 악기들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모습과 악기의 움직임, 처음 보는 신기한 악기들 역시 매우 눈길을 끌었다. 참 신기한 것이 비록 아주 짧게 연주되거나 찰나의 순간만 연주되는 악기라도 그 어느 악기 하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지구상의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구에 꼭 필요한 귀중한 존재이듯이, 우리 몸의 작은 기관하나조차도 생활에 있어 필수적이듯이, 악기를 연주하는 단체인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우리네 삶을 보는 것 같았다.
필자가 가장 듣고 싶었던 곡은 앞서 언급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온 'Reprise'라는 곡과, [기쿠지로의 여름]에 나온 'Summer'라는 곡이었다. 물론 기대했던 것만큼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곡들이었으나, 의외로 가장 감탄하며 들었던 곡은 [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제곡이었던 'The Girl Who Fell From Sky'였다. 아무래도 전자의 곡들은 좋아했던 나머지 평소에 자주 들어서 익숙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고, 후자의 곡은 거진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필자는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본 적이 없는데도, 이 음악을 듣는 순간 'The Girl Who Fell From Sky'가 지브리 영화 최고의 OST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우울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고, 희망을 안겨주는 듯하면서도 차가운 현실에 수긍하라는 듯 울려 퍼지는 음률에, 결정적으로 웅장한 클라이맥스까지 더해지다 보니 감성과 전율의 측면에서 어디 하나 모자라다는 생각이 안 드는 완벽함에 가까운 곡이라고 느꼈다.
이처럼 굉장한 곡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듣는 이로 하여금 사운드만으로 적절한 영상과 스토리를 상상하게 만든다(우리가 티비를 보고 영화를 볼 때보다,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을 때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운드 없는 영상을 보고 사운드를 상상하기보다, 영상 없는 사운드를 듣고 영상을 상상하는 경우가 훨씬 편하며 구체적이다. 이는 우리가 평소 청각적인 정보보다 시각적인 정보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되어 있으며, 시각적인 요소가 훨씬 현혹적이며 더 많은 도파민을 이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 반대급부적으로 생각해 보면, 엄청난 물량의 시각적 요소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청각적인 요소(사운드)가 중요하다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