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

아프지만 시원한 진실

by 연패맨
운수와 재능의 세상
사진 출처 : 유튜버 퍼니킹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을 쉽게 얻어 본 적이 없다. 공부, 인간관계, 스포츠, 몸, 여자. 그 어느 하나도 말이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니냐며 엄살 피우지 말라는 소리를 할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고 나서 양심에 손을 얻고 다시 한번 골똘히 생각해봤으면 한다.

단언컨대 사람은 누구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단지 우리들은 그것이 뭔지 모를뿐이고 또 찾기 어려울 뿐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재능이, 지금의 사회가 바라고 또 지금의 사람들이 선망하는 재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옷 정리를 아주 빠르고 효율적으로 잘한다던가, 잔디를 기가 막히게 잘 깎는 재능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개미를 아주 잘 찾는 재능일 수도 있다. 이런 재능을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선망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안타까운 사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재능을 타고났더라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아무리 축구를 잘하고 뛰어난 신체능력을 갖춘 인간이라 해도 집안에서 돈을 지원해 줄 능력이 안되면 당신은 클럽팀에 들어갈 수도, 전문적 훈련을 받을 수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언가를 진지하게 하려고 하는데 돈을 들이지 않고서는 결코 전문적인 수준으로까지 올라갈 수가 없다. 안타까운 사실 세 번째는 그 재능이 시대를 잘 못 타고났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첫 번째 사실과도 연관이 된다. 생각해 보자. 만약 구석기시대에 메시나 마이클 조던이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구공 잘 차고, 농구공 잘 다룰 줄 아는 능력이 그 시대에 1이라도 필요했을까? 아마 이들은 그저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살다가 도태되어 죽거나 혹은 짝짓기조차 못 했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다. 태어나보니 마침 축구와 농구라는 스포츠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고, 이 스포츠를 진지하게 해 볼 수 있게 지원해 줄 사람들이나 기회, 환경을 운수 좋게 얻었고, 막상 해보니까 또 잘되어서 이들이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렇다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선망하고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사람의 원초적 욕구와 이 시대의 인재상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섹스, 돈, 지위, 외모, 피지컬, 뛰어난 사회성, 자신감 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것들과 관련된 재능을 타고났거나 기르기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된 이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피지컬과 스포츠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력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재능의 존재 유무를 알기 위해서는 노력해보는 수 밖에 없다. / 사진 출처 : gryeo.com

내가 처음으로 노력을 들여 얻고자 노력했던 것은 힘과 덩치였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또래들에게 약하다고 하도 치이고 앞에서 뒤에서 무시를 당하다 보니 악에 받쳤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꾸준히 노력했고, 실패하고, 공부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걸쳤다. 운동하는 법을 익히고, 토할 것 같고 먹기 싫어도 5, 6끼를 억지로 먹었다. 그나마 나에게 맞는 운동방법과 식습관을 찾은 지는 불과 2, 3년밖에 지 않았다. 180cm에 59kg이던 몸을, 181cm에 77kg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주변에서 말랐다는 소리를 듣는다. 체형의 문제였던 것이다. 복싱장에서 또 복싱대회에서 이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명 나랑 같은 75kg인 사람들이 나보다 덩치도 크고 팔굵기도 훨씬 두꺼웠다(물리적으로 키도 비슷하고 같은 몸무게인데도 상대적으로 내가 말라 보인다는 것은, 아마 내가 체지방량이 적고 속근의 양은 더 많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뼈 무게만 많이 나가는 것 같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피지컬은 타고남의 영역이 정말 크다는 것을(유튜버 흑자헬스가 이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었다). 내가 보통의 75kg 사람들처럼 보이려면 운동량과 음식섭취를 더 늘여서 최소 82kg 정도는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럼 스포츠는 어떻냐고? 나는 중학생 때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집에서 학교까지(편도 2.5km) 드리블연습을 하며 등하교를 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약 2, 3년을 드리블 연습하고 따로 운동장에서 연습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공을 정말 자주 찼다. 하지만 축구 좀 한다는 애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축구 잘하는 또래들, 사촌형들 그 누구도 나처럼 따로 연습한 사람들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잘했다. 축구 센스와 축구 발재간을 그저 타고났을 뿐인 것이다. 복싱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세가 안 잡히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스파링을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잘하는 사람은 그냥 움직임이 다르다. 스포츠 또한 타고남의 영역이 정말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공부
사진출처 : 중앙일보

고1 때부터 나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정석대로 수업시간에 집중했고 복습을 했으며, 야자시간에 남아서 공부를 했다. 고2 때는 주변 학우들 모두가 나를 보고 공부 정말 열심히 한다고 외칠 정도로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집중했었고, 고3 때는 쉬는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최대한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지 않았다. 공부하고 집중했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해도 시험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물론 약간 올랐으나 미미했다). 사실은 니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거라고, 니 공부 방법이 문제였던 거라고 한 소리들 하고싶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내 옆자리에 앉았던 애는 학교수업시간에 항상 졸고, 쉬는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공부 안 하고, 학원에 가서도 졸았던 학우다. 그러나 시험 성적은 항상 좋았다. 내가 그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국어 지문을 이해하는 능력, 영어지문을 파악하는 능력, 꼬아낸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능력, 역사와 법을 암기하는 능력. 이해력, 암기력, 응용력 등 학업과 수능시험에 필요한 이 모든 능력은 재능이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한다. 흔히들 예체능 분야에서 재능이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들하지만, 사실은 학업에서 재능이 더욱 중요한 영역이다.




사교성 및 이성경험
사진 출처 : 러비

나는 사교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사회성은 어느 정도 갖추었으나, 사교성은 보통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그들에게서 쉽게 호감을 얻는 유형의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고 말수도 적은 편이다. 사실 중1 때까지만 해도 말도 많고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는 편이었는데, 주변 환경 때문인지 중2 때부터는 말수도 적어지고 자연스레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워졌다. 주변에서 무시받고 투명인간 취급받는다는 게 아니라, 그냥 말수도 적고 사람들에게 어려움 없이 다가가 편하게 말하고 친해지는 타입이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어떻게 친구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지금의 친구관계는 옳은 관계인지, 맘 편히 소통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등을 느꼈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외향적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갔을 때 느꼈던 감정은, 용기를 냈다는 자신감보다는 어려움과 부조화스러움이 더욱 컸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여자에 관심이 극도로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꾸밀 줄도 모르고, 꾸며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같은 남자랑도 쉽게 못 친해지는데 여자라는 생명체는 거의 외국인보다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자연스레 동성친구들과 어울렸고, 이성친구들과는 제대로 말 한마디 섞어보지 못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는 더욱 여자에 미쳐서 길에서 번호도 물어보고 채팅어플도 수없이 해봤다. 모두 쉽지 않았다. 그렇게 열몇 번의 오프라인 거절과 수백 수천번의 온라인 거절을 겪고 나서야 나는 겨우 1, 2명의 여자와 연애를 할 수 있었다.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지금도 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역시나 이성은 더욱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진다. 러나 그냥 타고나길 외향적인 이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그들에게서 호감을 얻으며, 이성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편리하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줄 안다. 들에게 이성 경험은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닌, 그냥 자연스레 얻어지는 일상적인 경험에 불과하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냐면..

사진 출처 : gkyu.co.kr

내가 한탄이나 하겠다고 이렇게 긴 글을 써 내려간 게 아니다. 누군가는 체면 다 구기면서까지 질척거려야 겨우 보통 수준에 도달하는 반면, 누군가는 단 한 걸음 만으로도 보통사람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한다. 28년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은, 어느 분야든 재능과 운이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며, 인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불공평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가,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정말 제대로 인생을 시작할 수 있고 성장 및 발전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잔혹하고 불공정한 사회와, 주변에 많은 것들이 노력보다 운과 재능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했다면 이제 진짜 나다운 사람이, 이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청신호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실을 직시했으니 삶은 더욱 고통스럽고 고독하고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이 보이지 않던 막연한 답답함과 괴로움은 없어졌을 것이며, 이제 뭐가 문제이고 지금부터 뭘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길이 보이기 시작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깨달았을 때, 좌절하고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막연했던 인생이라는 적이, 이제는 뚜렸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하기 싫은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이고,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을 것이며,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여전히 이성에게 거절당할 것이며, 내가 아닌 '나'로 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나'일 때 드러낼 수 있는 매력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 분명 누군가는 남들이 원하는 것들을 인생에서 쉽게 쟁취해 낼 것이며, 그래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손쉽게 얻어낼 것이다(생각해 보면 캡틴 아메리카도 타고난 용기와 운수 좋게 그를 알아봐 준 박사덕에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손쉽게 무언가를 얻어 낸 사람들이 남들에게 가볍게 조언하고 가볍게 타박하는 세상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흑자헬스라는 유튜버가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추하도록 질척거리다가 끝끝내 지십시오. 어쩌면 그것이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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