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싹이 난 감자

(21.08.25)

by 김옥미

발칵 문을 열어 닥치는대로

쉬이 시를 휘갈기는 나에게

매실 원액을 훌훌 타서

재잘재잘 어머니가 간을 보라 한다


딱 맞는 구두를 팔더라

신을 일도 없는데

그 구두가 내 것처럼

225미리만 남아서

우두커니 거기 맨날

엄마랑 가보지 않을래


익숙한 길만 따라서

낯선 것을 찾으러

시장을 모험하고는

살 건 많은데 살 건 없다고

신이 나서 감자만 가득

검은 봉투만 나눠 들고


커피믹스를 훌훌 타서

재잘재잘 어머니가

아까 그 신발 어때

누가봐도 엄마 거야

사놓으면 어디 갈 데가 생길지도 몰라


매미가 울던 날

얼음을 아무리 넣어도

우두커니 어머니만 물병에 잠겨

재잘재잘 짠 맛만 나고

얼음만 깡통처럼 무너진다


225미리를 사다줘야지

사놓으면 어디 돌아올 데가 생길지도 몰라

살 건 많은데 살 건 없는

어머니는 많은데 어머니가 없는

싹이 난 감자를 산다


살아갈 이유는 많은데

살아갈 이유가 없는 집에서

쉬이 나의 시를 쓰다보면

싹이 난 감자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어머니를 내 것처럼

감자칼로 휘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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