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01)
극작가 이전에 나의 꿈은
화가였다.
엄마는 나의 꿈에 대해 반대 한 번 해본 적 없지만,
미술 전공이나 한국 음악 전공을 반대했다.
그러고보면 꽤나 반대를 한 걸까, 싶다가도
나는 엄마 말에 납득해서
어릴 때 부터 쓰던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어릴 적 미술학원을 잠깐 다녔는데
나름 그림 그리던 걸 좋아했는데
원근법을 친구들이 배우던 시절부터
나는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원근법을 모르면
그림 그리는 건 유효하지 않다는 생각에
막연히 그림은 더이상 그리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그림 그리는 건 좋아해서,
취미 삼아 지금은 컬러링북이나
드로잉 비슷한 걸 그리고 있다.
극작이 아닌 시를 쓰는 것처럼
그림 또한 나에게 배설이나 다를 바 없는데,
그것에 대해 때로는 자책감 같은 게 느껴진다.
데셍을 그렇게 수도 없이 나는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정말 화가가 될 순 없었을까, 그런 생각들.
미처 부여잡지 못한 꿈들은 가끔 미련이 남지만
비단 나만 그럴까 싶어서
다시 또 그에 대한 나의 마음에 대해 글을 쓴다.
글쓰는 게 천직인가. 싶기도 한 것이다.
데셍 그 자체에 대한 열등감,
입시미술에 대한 동경,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가로등 불빛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한 편의 그림으로 다가와
내 마음 속에 자리잡아 저 멀리 스쳐지난다.
어때요?
우리가 언젠가 나의 그림으로 마주할 날이 올까요?
- 그간 그려온 그림들. 그림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