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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나 아파, 너무 힘들어"라는 대사 한 줄

(25.12.01)

by 김옥미

연극 <체크메이트(2021)>의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배우들과 함께 연극 특성상

내가 가지고 있던 시, 에세이, 심리치료 상담일지, 정신과 치료 일지, 일기, 편지 등의

400여페이지를 배우들과 함께 텍스트를 골라내었다.

인상 깊은 텍스트를 각자 공유했는데,

내가 예상한 텍스트보다도 배우들이 골라낸 텍스트는 비슷했다.

"하느님. 도와주세요. 날 거둬가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던 글을 다들 골랐다.

그 글만큼 와닿았던 건 없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나의 고통을 글로 옮긴 일은 많았으나

정작 나 자신에게 연민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그 글이 너무 거칠게만 느껴져 꺼렸던 것이었다.


연극 <체크메이트(2022)>에서는

어느 대사를 고쳐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나는 즉흥적으로 그 대사를 수정해야 할 때

한 배우가 제안했다.

"'나 아파, 너무 힘들어'라는 대사면 충분하지 않아요?"

이전에 배우들이 함께 골몰하던 고민과 같은 것이었다.

때로는 직설적인 대사가 가장 적확할 때가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단 한번도 나의 아픔을 내질러 본 적이 없다.

읊조린 적도 없다. 속으로도 나를 그렇게 살핀 적이 없다.

달래본 적도 없는 고통을 대사로 쓰려고 하니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다.


나는 또 다른 자전적 모티브의 극을 준비 중에 있다.

아마 마지막으로 쓰게 될 자전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인데,

더욱 직설적으로 진행되는 극이다.

그러나 언제나 내가 바라듯 그 연극이

누군가에게 희망으로 가닿는 서사이길 바라며,

연극 <체크메이트>의 프로덕션을 회상해 본다.


그리고,

하느님.

이제 저는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살아보고 싶어요.



/ 배우들이 골라주었던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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