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사람. 첫 번째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by 이가든

나도 이런 언니 하나쯤 알고 싶어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

피비파일로(PHOEBE PHILO)

=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미니멀리즘의 천재. 올드셀린



예전 Celine 컬렉션 쇼 장면들을 보면 인상 깊은 장면이 있는데 쇼를 마치고 그녀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나오는 장면이다. 스탠스미스 운동화에 블랙 와이드 슬랙스. 상의는 편안해 보이는 스웨터 혹은 셔츠. 무심하게 묶어 올린 헤어스타일(항상 궁금한 지점인데, 이런 머리는 죽어도 내가 해서 되지 않는다. 정말 그냥 손으로 묶은 건가? 이 자연스러움도 전문가의 손을 거친 건가?) 그리고 그녀의 외모는 예쁘다. (이렇게 멋진 디자인을 하면서 그녀에게 저런 외모까지 주었다니 어찌 되었거나 세상은 불공평함이 분명하다 ) 사실 나는 피비파일로를 그녀의 셀린컬렉션의 마지막 엔딩 인사장면 사진으로 알게 되었다. 이 언니는 누구지? 너무 쿨하고 멋있다.


피비파일로가 Celine을 관둔 지가 벌써 2017년. 에디슬리먼이 맡은 Celine은 첫해 비난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지금은 다시 에드슬리먼 Celine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인스타그램에는 올드셀린이라는 계정이 따로 생겼고 (지금도 올드셀린 제품을 찾는 사람이 있으며 고가에 팔리고 있다) 피비파일로가 없는 Celine에 팬들은 대혼란의 겪었었다.

그녀가 10년 동안 보여주던 Celine의 쇼를 보면 사실 그녀의 옷장이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녀가 디자인한 것들은 (옷.신발.가방.액세서리.코디) 모두 그녀와 닮아있다. 모든 옷을 그녀가 직접 입고 나와 런웨이를 한다 해도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보여준 쇼는 다 다른데 오래전에 보여준 디자인은 지금 보아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고 매해의 쇼는 또 하나도 뻔하지 않다. 트렌드 유행 감각 새로움 듣기만 해도 피곤한 패션시장에서 이름이 쓰여있지 않아도 누가디자인한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자기만의 디자인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계속 변화하는 시장에서 또 새롭게 적응하고 지루해 보이지 않게 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녀가 얼마나 그 대단한 일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지. 그녀의 디자인들을 보면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더 어렵다.


그녀의 이력에는 조금 특이한 지점이 있는데 그녀는 가정을 위해 2년의 긴 공백기를 갖는데 그러고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 브랜드를 다시 정상으로 올려놓는다. 가정을 위해 떠났다 다시 돌아와 또 자기 것을 보여주고 또 떠난다. 크리에이티브영역의 종사자로서 우리 회사 여자들은 1년의 육아휴직을 그렇게 맘 편히 내지 못한다. 고작 1년에 감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서 이렇게 모든 게 빠르고 조급하고 안달복달하지 않으면 무엇 하나 되지 않을 것 같은 이 바닥에서. 그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건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사실 제일 멋진 지점은 돌아왔을 때 그녀는 늘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3년 만에 공백을 다시 깨고 작년 가을 그녀의 이름을 단 레이블을 런칭했다. 모두가 기다리던 날이었다. 예전 셀린의 리바이벌이라느니 기대 이하라느니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라느니 또 말이 많았지만 또다시 모든 제품은 SOLD OUT. 내가 아쉬운 점은 컬렉션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공개하는 형식이라 그녀의 쿨한 마지막 인사와 쇼 인사 착장을 볼 수 없다는 점.

그녀가 만든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어깨가 빠질 것 같아도, 입구가 너무 작아서 핸드폰하나 겨우 들어가면 또 뭐 어떤가? 이렇게 쿨한데 말이다. 다들 내가 그 쿨함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해야지 말이다.


나도 이런 언니 하나쯤 알고 싶다.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피비파일로


피비파일로(PHOEBE PHI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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