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그 처음만큼은

by 여누

첫눈은 꼭 너와 같이 맞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몇 년이 흐르고 세월이 얼마나 흐르던

첫눈만은 꼭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서든 함께할 수 없는 우리라서

그 사실을 믿기가 힘들어 모른 척했다


너는 매년 첫눈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하겠지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모르고 싶었던

너의 일상에는 내가 함께 흘러갈 수 없다는

지독하게도 잘 알고 있던 사실을,


모르고 싶었다




춥다며 아이같이 구는 너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는

애써 추위를 견뎌보다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어 보인다


찬바람을 맞고 있는 나를 슬며시 안아주곤

추위를 막아주겠다는 너의 품을 꽉 붙잡는다


손을 살짝 잡고 눈을 바라보다 하던 입맞춤,

그 순간순간들이 내게는 너무 달달했기에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우리지만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 여기는 그때지만

여전히 나는 너를,




추운 겨울도 따뜻한 여름으로 만들던 우리의 온기는

나의 겨울 한 순간을 가득히 채워놓고는

사라져 간다


그 시리던 겨울에 아이스크림 하나 집어 들고는

너와 내가 서로 나눠먹으며 까르르 웃던 날,


찬 바람을 계속 맞다 보니

어느새 빨개져있는 코를 꾹 누르곤

루돌프 같다며 놀려대던 순간,


장갑 하나 없이 바닥에 쌓여있는 눈을 굴리며

눈사람을 만들고, 눈을 던지며 놀던 겨울도

내 겨울에는 지독하게도 깊이 남아서


마치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잉크가 묻은 듯

나의 겨울은, 나의 첫눈은

늘 그렇게 영원하지 않은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