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과 무거워진 마음.
"품위를 지키자"
내가 스스로에게 강조하는 문구이자 나의 신념.
품위란 거창할 게 없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나를 낮출 수 있는 자세와 같은 이타심을 나는 품위라 생각한다. 소극적인 실천으로써 혐오에 동조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면, 적극적인 실천은 친절을 베풀고 봉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하게 사는 삶은 내게 복이 되어 돌아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 실천한다.
아직 습하기 전의 초여름, 햇빛은 강렬히 내리쬐고 있었다.
동네에서 어떤 두 고등학생이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성인이 된 지금, 아직 어린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참 기특했고 대견했다. 어쩌면 처음으로 낯선 이들에게 수많은 거절을 받았을 것이고 조금은 심적으로 지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래봤으니까 괜히 마음이 쓰였다.
나는 근처 마트에서 음료수를 사서 두 학생에게 나눠주었다. 그냥 이렇게 너희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선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난 기도했다.
물질적 가치를 위시한 사회의 현주소를 목격할 때마다 나의 한숨은 짙어져갔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나의 품위를 지키고 심지를 굳건히 하여 공동체를 지향하는 삶을 고수할 것이다.
이전부터 봉사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을 핑계로 간간이 소액의 기부만을 해왔다.
순간 내가 실천은 하지 않고 선언만 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아직 직장도 없겠다, 날도 더우니 지원자가 부족하겠다는 생각에 근처 사회복지관에 도시락배달 자원봉사를 신청하였다.
이렇게 도시락 배달이 나의 첫 자발적 봉사가 되었다.
혹시나 내가 봉사에 피해를 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생각과 행동에 시간 차가 있는 나는 이전부터 성실하나 조금 느리다는 평을 종종 받았다. 이러한 걱정으로 나는 일을 할 때마다 매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걱정과는 무색하게 금방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고 친절한 어르신들 덕분에 무사히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한국의 현실을 마주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창고 같은 허름한 집을 방문하였다.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는 얼마 전 대장 수술을 받았다고 하셨다. 그렇게 몸이 불편하신데 집안은 습하고 더웠다. 할아버지는 선풍기도 키지 않은 채 더위를 이기고 계셨다.
몸이 불편하시어 외출을 잘 하지 못하는 조부모님을 뵐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적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을 뵈니 마음이 쓰였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어르신은 나를 배웅하였다. 현실이 참 원망스러웠다.
지하 1층에 주거하는 할머니는 무릎 관절이 너무 퇴화되어 아예 걸으실 수 없다. 우리 할머니도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시고 통증을 호소하시는데 이 분은 걸음조차 할 수 없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할머니께서 "나도 곧 죽어야 하는데"라는 말씀을 하셨다.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꺼낸 얘기라곤 참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런 말씀 마세요. 계속 계절의 변화를 느껴야죠. 꽃 피는 것도 보고...."
빛도 들지 않는 지하에 거동도 못하시는 어르신께 전할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라니.
친구가 사는 LH 아파트의 쾌적함만을 느꼈지, LH의 이름이 붙은 다세대 주택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아파트와 건물들에 가려져서 그렇지, 다양한 삶이 많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봉사를 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막막함이 커지긴 했으나, 봉사하는 와중에 느꼈던 보람과 어르신들의 따뜻한 말씀은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꿈꾸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