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뽀를 위한 고군분투
작년 2월을 끝으로 난 회계사 시험과 작별했다.
우울증과 ADHD 때문에 공부가 쉽지 않았다. 3개월을 거의 통째로 날리기도 했다.
흠... 내가 고기능 ADHD라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울증 약 덕분에 회계사 시험에 떨어졌어도 별로 미련 없이 슬픔 없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딱히 공직에 관심 없었기에 중견기업 몇 곳에 넣어봤으나, 예상보다 훨씬 치열한 취업시장이었다...!! 나이만 먹고 딱히 내세울 스펙과 경험도 없으니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결국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공기업에 도전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금공 인턴에 도전했다.
금공 인턴 쉽지 않다.
비상경계에 경영 관련 경험이 거의 전무한 내가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 역시나 바로 서류 탈락!!
그렇게 시간은 눈치 없이 흘러 가을이 되었고, 어찌어찌 지역 공사에 추가합격하여 2달간의 짧은 인턴을 마쳤다. 진짜 열심히 했고 그만큼 담당 처에서 나를 예쁘게 봐주는 분들도 많았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2025년 공기업에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서류 합격 가능성도 없는 곳과 면접에서 어필할 게 없는 곳 모두를 일단 제치고 그나마 관심이 있고 가능성이 있는 곳에 지원했다.
초여름 무렵 가장 가고 싶던 곳 예비로 떨어지고 엉엉 울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다음 면접을 준비하고 또 필기를 준비하고 돈이 떨어지면 단기 알바를 뛰고 그렇게 살았다. (쿠팡 알바 애용했습니다. 추울 때, 더울 때 다 뛰어봄ㅋㅋ)
※ 미리 스스로를 변호하자면...
ADHD의 최대 약점 중에 하나가 장기전에 약하다. 그래서 눈앞에 보상이 바로 보이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다.

시험과 면접(면접도 무슨 준비할 게 왜 이리 많은지)을 반복적으로 준비하니 지쳐갔다.
"대학생 막학기 때 그냥 공기업만 목표로 달렸다면 좀 달랐을까... 그냥 남들처럼 살았다면 지금쯤 돈을 벌고 있겠지.. 난 왜 이리 길을 돌아가는 걸까..." 이런 생각에 다시 무기력증이 심해졌다.
8월 마지막 공기업 면접과 예비 2번을 보고 그냥 별 감정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또 동굴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시험 준비도 정신적으로 힘들고 기회비용이 큰 공기업을 일단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삶이 궁핍해서 반강제로 다시 일어섰다. (중간에 공기업 필기를 보긴 했다. ) 그리고 허들이 좀 낮은 고객서비스 쪽에 한번 지원해 봤다.
결과는 면접에서 탈락!
그러나 내게 좌절은 사치다! 이제부터는 서류 난사 시작이다. 아무리 봐도 비상경계열은 재무팀에서 받아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 회계법인이나 세무법인의 세무기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경쟁률이 어마무시하다..
문과생들 하는 게 뭐 회계/세무니 어쩔 수 없겠지 ㅠㅠ
결국 세무기장 7년 차인 내 친구한테 SOS를 때렸다.
친구 왈
넌 회계사 공부를 했으니까 회계나 세무 관련 법과 디테일에 더 강하다는 점을 강조해봐! 그것을 어떻게 업무에 적용할지 어필도 하고,,,
아 이거 휘발성 강해서 지금 많이 까먹었는데... 회계사 공부했지만 진짜 공부한 게 다라서 어필하기에 참 난감하네.. 허허... 그래, 취업해야 하는데 뭐 별 수 있나. 공부 좀 다시 하고 조언 받으면서 서류 합격률이라도 높여야지.
더해서 지금 텅장 되기 일보직전이기에 단기 아르바이트도 다시 구해야겠다.
다음 달에 절친 결혼식임....Emergency. 나 올해 초만 해도 이때면 다 끝나 있을 줄 알았지 뭐야. 에혀;;
나 곧 한국나이로 31인데 취업 가능하겠지?
이 지난한 삶... 반드시 극복하겠어...
늦더라도 꽃 피우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