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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Jun 03. 2022

#1. <나의 해방 일지> 인천러 버전...

인천러가 서러울ㅠ때...






우리 집은 인천의 끝자락이다. 어쩌다 보니 서울 용산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출퇴근은 그럭저럭 적응을 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11시 20분 막차를 타고 가거나 놓친다면... 다들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거나 하는 반면 나는... 그래도 서울의 끝자락에 살고 있는 동료가 있어 같이 근처 숙박업소에서 첫차 뜰 때까지 기다렸다 가곤 했다.


또한 서울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에도 집이 먼 나에게 제일 먼저 고려해 물어본다. 매번 나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만 보는 게 신경 쓰여 괜찮다고 해버린다. 얘기가 나오는 장소는 길 찾기로 거리부터 찾아본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2시간여 지하철을 타고 와 저녁을 먹고 술을 한잔 기울이면 막차시간이 다가온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이태원, 가로수길 근처에서는 못해도 10시 반에는 일어서야 한다... 막차시간이 되어가면 속으로 다양한 생각을 한다.


'아... 집 가기 귀찮다 택시 타면 몇만 원 나오겠지?'

'차 있었으면... 스쿠터라도 사야 되나? 아 자취하고 싶다...'


답 없는 생각을 정리하고 동료들에게 얘기를 하고 막차를 놓칠세라 역으로 뛰어간다. 왕복 3시간 - 3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낸다. 어떨 때는 친구들과 함께 있던 시간보다 이동거리가 더 클 때도 있다.

술을 한잔 하고 집으로 갈 때면 가도 가도 아직 지하철 안이기 때문에 가는 동안 술이 다 깨곤 한다. 내릴 역에 도착하면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탄다. 막차를 타고 오면 대부분 버스가 끊긴다... 후문으로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는 이 시간에 택시도 안 다녀서 집까지 걸어갔다고 한다. 20분 이상 되는 거리기 때문에 가는 동안 무서워서 친구와 통화를 하고 갔다고... 오늘은 택시라도 있는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가끔은 지하철 안에 있는 게 너무 힘들고 도망치고 싶을 만큼 답답하다... 그렇지만 내릴 수가 없다 내리면 또 길게는 10분 짧게는 5분을 기다려야 하거든... 다음날 9시 반까지 출근하려면 못해도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삼 남매 중 대부분 둘째가 제일 서럽다고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첫째는 첫째라서 셋째는 막내라서...  

가끔은 차라리 지방러이고 싶다 아예 지방이면 올라올 핑계라도 되지... 서울 사람도 지방 사람도 아닌 것이... 제일 서러울 때가 있다. 성인이 되자마자 자취를 해야겠다고 밥먹듯이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건 출퇴근할 거리인데 뭐하러 자취를 하냐고...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 기정의 이 대사를 듣고 내 생각을 얘기하네... 했던 대사가 있다.



“해 떠있을 때 퇴근했는데 집 오니까 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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