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막은 길 덕에 열린 길.

by stay gold


막힌 길


어린 시절, 수영 레슨 시간에 몇 번이나 늦었다. 심한 날에는 아예 수업을 빠지기도 했다. 선생님께 크게 혼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늦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대학생 형 누나들의 행동은 미웠다.


다니던 수영장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신촌을 지나쳐야 했다. 대개 문제없었지만 간혹 차가 꽉 막혀 속도가 나지 않거나, 심할 때에는 아예 움직이지 않기도 했다. 때로는 매운 냄새가 풍겨 괴롭기도 했다. 대학생 형 누나들 때문이라고 했다. 도로를 막고 행패를 부리는 대학생 형 누나들의 잘못된 행동 탓이라고 했다.


부모님께서는 그럴 땐 절대 버스에서 내리지 말고 기다리라고만 하셨다. 늦은 나를 혼내지도, 대학생 형 누나들을 탓하지도 않으셨다.


한참 지나 알게 되었다. 교통 체증을 겪게 한 그들의 행동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의 흔적이었음을. 누군가의 딸, 아들, 형, 누나, 조카였던 그들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시대를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것이었다.



열린 길


그 대학생 형 누나들, 그보다 앞선 세대의 형 누나들,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그들이 자신의 안녕을 포기해 가며 거리에서 싸워 겨우 얻어낸 것. 그 귀한 것이 바로 ’나의 한 표‘이다.


지금껏 거의 모든 투표에 참여해 사표가 될지언정 그 귀한 것을 누렸다. ‘모든‘이 아니라 ’거의‘인 까닭은, 오래전 딱 한 번 대통령 선거 투표에 불참했기 때문. 이미 기울어진 상태라 개인 일정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이를 지금도 후회한다. 그때 투표했어야 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상관없이, 귀한 권리이자 값진 의무를 지켰어야 했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를 떠나 원론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길 바란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을 대가로 얻어낸 ‘나의 한 표‘를 행사하길 바란다.


수영 레슨에 늦게 만들었던 것의 값 치고는 무척 비싼 ’한 표‘ 선물.

감사히 잘 사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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