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이모와 작가

검증

by stay gold

주사이모의 행위는 충분히 수련받지 않아 계획이 제한적이며, 상황 발생 시 대처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자격 없는 이의 불법 의료 행위이다. 진단 및 처방이 잘못되어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을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돌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최소한의 피해로 끝날 것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어떤 에세이스트 작가 호소인들을 보면 비슷한 느낌.

충분치 않은 수련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생 전문가인 양 쓰는 글은 이것을 쉬운 정답으로 착각하는 어떤 이의 감정과 행동을 제한할 수 있고, 치료제가 필요한 이들이 진통제로 버티다 괜한 병만 키우는 악결과에 닿을 수 있으며, 길들여진 뒤에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내 마음이 이런 건, 지금 잘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대처하며 점점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포장은 따스함이지만 내용은 맹탕인 저 글들은 치료제가 필요한 독자에게 주사이모가 돈벌이를 위해 놓아주는 진통제일 수 있다.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책을 구매하는 나의 경우, 에세이라며 우후죽순 쏟아지는 책들을 보면 먼저 작가 프로필부터 확인한다. 조기 축구회 5년 경력으로 브라질 국가대표 선수로 성공하는 법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 글쓴이 본인 삶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자기 영리를 위해 인생은 어떻다, 삶이란 무엇이다, 그래도 괜찮다 등등 판타지 소설 같은 감언이설만 늘어놓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


적잖은 인생 수련 과정이 엿보이는 약력일 경우 몇 페이지 훑어보며 “햇살의 선명함으로 충분함.”과 같은 헛소리가 있는지 확인한다. 프로필에서 충분히 걸러진 글쓴이의 글에는 사색과 통찰 없는 말장난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몇 페이지 정도 확인(우주를 만지다, 죽은 자의 집 청소 등이 이런 방식으로 건진 에세이).


최소한 저 정도의 검증만으로도 우후죽순 쏟아지는, 초등학생이 쓴 “박사과정 현명하게 보내는 법”과 같은 에세이로 포장한 판타지 소설 중 상당수를 피할 수 있다.


물론, 그래도 결국 찾을 사람은 찾는다. 주사이모가 있는 것은 주사이모를 찾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아 몰라, 복잡하게 병원 다녀오느니 주사이모한테 링거나 맞을래.”, “주사이모도 의료인이야.”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소비하는 이들이 있는 한, 주사이모는 사라지지 않을 것. 심지어 주사이모로 돈 버는 법을 강의랍시고 가르치고 그걸 돈까지 내가며 듣는 이들이 있다니, 이러니 주사이모들이 아직 있는 것이구나 싶기도.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데에는, 악화를 사용하는 이들이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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